'다른 것은 아름답다'…코디 최 개인전
“다른 것은 아름답다(different is beautiful).”

30여 년 동안 시각 예술가이자 문화이론가로 활동해 온 코디 최(58)는 3년 만에 여는 개인전 ‘하드 믹스 매스터 시리즈2: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의 주제를 이렇게 정의했다.

24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문화 혼종과 이를 마주하는 현대인의 심리상태를 다룬 연작(사진)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 연작에서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이에서 화려함, 현란함으로 사랑받았던 로코코 화풍과 조선시대 양반들이 단아함, 청초함의 상징으로 즐겨 그린 ‘난’을 충돌시켰다. 사군자 중 난을 선택한 것은 로코코 화풍과 가장 대조적으로 극명하게 맞서며 동서양 충돌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인조 대리석 위에 그린 연작 시리즈는 현대식 ‘UV 프린트’ 기법으로 여러 겹을 겹쳐 인쇄하듯 그린 뒤 옻칠의 대체재인 캐슈, 서양의 전통안료 유화 등을 투사해 완성했다.

최 작가는 1981년 미국으로 이주해 수학하며 “문화적 소화불량의 시기를 겪었다”고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멕시코 집단 거주지에서 살면서 이종 문화가 충돌해 탄생하는 제3의 문화 현상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동시다발적으로 신생하는 사회 현상에 주목한 작품을 출품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작가는 “문화 충돌도 예술이 될 수 있다”며 “이젠 매일같이 우리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문화 충돌을 하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으로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