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시는 문학적 또는 표제적인 내용을 묘사하는 관현악곡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45분에 달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돈키호테’(1897)는 교향곡처럼 길기는 해도 교향시의 일반적 취지에 부합한다. 그런데 첼로가 독주악기처럼 활약한다는 점에서 협주곡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음악이 흐르는 아침] 슈트라우스 교향시 '돈키호테'
그럼에도 외향적 기교를 과시하는 측면은 별로 없으니 협주곡의 성향과도 많이 다르다. 게다가 비올라도 첼로만큼은 아니지만 독주악기 역할을 한다. 서주와 주제에 이은 10개의 변주와 코다로 구성됐다는 점도 교향시에서 통상 만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슈트라우스는 돈키호테의 주제에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설명을 붙였다. 연민을 불어넣은 것이다. 따라서 10개의 변주가 미치광이 노인의 유명한 모험담들을 그리고 있지만 광기보다는 유머로, 시끌벅적함보다는 풍성하고 부드러운 관현악 효과를 지향하고 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