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웹사이트 관리…커지는 '온라인 노동시장'
2000년대 초 아마존은 종이책 수백만 권의 전자 정보를 수집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췄지만 중복 게재된 목록에 오탈자와 업데이트되지 않은 정보들이 뒤섞여 있었다. 이를 수정하고 정리하기 위해 아마존은 계약직 직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증가하고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일거리는 계속 늘었다. 2005년 아마존은 아마존에 계정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정보와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웹사이트 ‘아마존 미케니컬터크’를 열었다. 일거리를 보고 노동자들이 지원해 보수를 받는 일종의 온라인 노동 시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연구원인 메리 그레이와 시다스 수리가 함께 쓴 <고스트워크>는 기술의 발달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일의 등장과 그로 인한 변화를 다룬다. ‘고스트워크(ghost work)’는 모바일 앱 또는 웹사이트, 인공지능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투입되는 인간의 노동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고스트워크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앞으로 더 거대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수많은 설문조사와 인터뷰, 행동주의 실험, 노동시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책은 ‘고스트워크’의 실상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아마존 미케니컬터크 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내 플랫폼인 UHRS(Universal Human Relevance System)와 사회 복지 스타트업 리드지니어스(LeadGenius), 번역 및 자막 서비스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 아마라닷컴 등을 ‘고스트워크 플랫폼’의 사례로 든다. 이를 통해 일시적인 일을 뜻하는 ‘긱(gig)’과 기업이 수요자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일과 직업, 직장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로봇의 ‘부상’과 ‘위협’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첨단 기술과 시스템 뒤에서 일하는 인간을 조명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저자들은 책 전체 분량에 비해 짧고 단편적이어서 아쉽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고스트워크의 증대에 대응할 기술적, 사회적 해결책도 제시한다.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388쪽, 1만8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