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수복 [사진=롯데주류]
백화수복 [사진=롯데주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때아닌 청주, 사케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결정 당일이었던 지난 2일 이 대표가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서 반주를 겸한 오찬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한국이 일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당일 집권여당 대표가 일식당에서 식사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 대표 본인 스스로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부대변인도 "여당은 사케가 아닌 정종이었다고 물타기를 하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승한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국민은 예약된 일정까지 손해를 감수하며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데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식자재로 장사하는 일식당도 가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이 대표가 반주로 마신 것은 일본 술 사케가 아니라 국산 청주인 '백화수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백화수복 한 잔에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반박하면서 이 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래 살면서 길이 복을 누리라"는 뜻의 '백화수복'은 받는 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만들었다. 주종은 청주이고, 도수는 13도에 쌀의 외피를 30% 정도 깎아 담근다. 보통 따뜻하게 음용하지만 차게 마셔도 좋고 최근에는 요리주나 피부 미용 등에도 사용된다.

백화수복은 두산주류BG가 롯데주류에 인수되기 훨씬 이전인 백화양조와 대한양조 시절 1945년부터 양조돼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백화수복은 제사상에 올릴 차례주 용도로 사용됐다. 국내 차례주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지난해에만 3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조업체인 롯데주류에 따르면 백화수복은 100% 국산 쌀로 만들며 저온 발효 공법과 숙성 방법으로 청주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롯데가 자체 개발하고 특허 출원까지 마친 효모를 이용해 품질을 높였다는 평가다.

백화수복은 차례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유통망도 잘 구축돼 있어 국내 대다수 이자카야나 포장마차 등지에서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이자카야 전문점에서 '잔술'과 '도쿠리'를 따로 시키지 않는 이상 술을 주문하면 보통 백화수복이 나올 정도로 대중화돼 있고 설날, 추석 등 명절에 쓸 제사 음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에서는 대부분 백화수복을 취급한다.

백화수복은 제품 용량이 700㎖, 1ℓ, 1.8ℓ 등 3가지 제품으로 돼 있어 소비자 편의나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은 일반 소매점 기준으로 700㎖ 5200원, 1ℓ 7100원, 1.8ℓ 1만1000원이다.

최근에는 차례주 시장의 후발주자인 국순당과 경주법주, 배상면주가 등이 백화수복의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경쟁 중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75년 전통의 백화수복은 조상들의 방법대로 엄선된 쌀로 빚은 제품"이라며 "깊은 향과 풍부한 맛으로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기에 좋고 가격도 5000원대에서 1만원대까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명절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백화수복은 우리에게 익숙한 술이지만 이유야 어떻든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일식집을 방문한 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상황 판단에 더욱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지자들은 "청주냐, 사케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더욱 신중한 상황 판단을 촉구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