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수  '장미'
정미수 '장미'
'물방울 작가' 정미수의 사진전 '나를 위한 동화'가 2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막했다. 지난 5월 열린 제6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의 토포하우스상 수상전이기도 한 이 전시에서 정씨는 물방울 사진에 회화를 더한 작품 45 점을 오는 30일까지 선보인다.

정씨는 물방울이 떨어지며 생기는 이미지를 접사렌즈를 통해 포착한 뒤, 그 위에 기발한 상상을 담은 그림을 그려 넣었다. 정씨의 상상력을 통해 사진과 회화가 만나, 전에 없었던 동화적 세계를 만들어 냈다. 물방울은 때론 장미 꽃을 담은 화병이 되기고 하고, 때론 생각하는 사람이 앉아 있는 의자로 변신하기도 한다. 또한 물방울은 물개, 달리의 시계, 강아지 등으로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마치 책장에 진열된 어린이 동화 전집같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물방울을 담아 내려면,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이어가야 하지만, 작가는 기꺼이 시간을 투자해, 현실 세계에서 만날 수 없는 동화적 이미지를 추출해 냈다.
정미수 '서핑'
정미수 '서핑'
작가는 그 좁디좁은 접사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물방울들의 떨어지는 모습을 '설레는 낙하'라고 설명한다. 물방울 작업이 그를 동심으로 이끄는 만화경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중년의 사진작가가 왜 아직도 '동심'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정미수는 "어린시절 몸이 아파 남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며 "어린 시절의 아쉬움을 물방울 작업을 통해 해소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마음 속에 휑하게 비어 있는 한 부분을 예술작업을 통해 메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미수 '물개'
정미수 '물개'
정씨의 물방울 시리즈는 관람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서핑‘이란 작품을 보면 파도 같은 형태의 물방울 위에 서핑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현실과 닮았지만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장면이다. 우연히 생긴 물방울과 그림이 만나 이뤄진 것이라, 다시는 재현할 수 없는 한여름밤의 꿈과도 같은 닿을 수 없는 그런 세계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