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가짜 자산' 판치는 시대…더 큰 금융위기가 온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그 원인은 부채담보부채권(CDO), 주택저당증권(MBS),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시장 붕괴였다. 당시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700조달러(약 82경원)에 달했다.

전 세계에서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밀리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신간 《페이크》에서 “또 한 번의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금융 대붕괴가 코앞에 와 있다”며 “2008년에 비해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져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1200조달러(약 141경원)의 대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크》는 세계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가짜 돈’과 자산이 무너지면서 사상 초유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며 이를 견딜 재테크 방법을 제시한다. 일본계 미국인인 기요사키는 또 한 번의 금융위기를 경고하는 이유에 대해 “2008년에도 그랬듯 금융계 엘리트들이 금융 공학을 통해 가짜 자산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진짜’ 자산과 ‘가짜’ 자산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자산은 ‘내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것’, 부채는 ‘내 주머니에서 돈을 빼 가는 것’이다. 진짜 자산은 금이나 은 같은 실물이다. 가짜 자산은 종이로 된 자산이 모두 해당한다. 주식, 채권, 뮤추얼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저자는 심지어 예금, 적금 등 저축 계좌도 가짜 자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종이돈 가치는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같이 종이돈에 대해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을 세 종류로 나눈다. 신의 돈, 정부의 돈, 대중의 돈이다. 신의 돈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찍어 낼 수 없는 돈으로, 금과 은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의 돈은 달러, 유로, 위안 등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 즉 가짜 돈이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화폐 단위의 가치와 금 일정량의 가치가 등가관계를 유지)를 폐지하면서 달러는 실질적 가치와 관계없는 명목화폐가 됐다. 이 돈은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 하루아침에 종잇조각이 된다. 대중의 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전자화폐다. 저자는 “가치를 쉽게 하락시켜 부를 빼앗아 가는 정부의 돈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중의 돈이 더 신뢰할 만하다”고 말한다.

그의 돈 분류법과 투자 제안은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다. 금과 은 같은 실물만이 ‘진짜’라는 것이 합리적인 분류법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전자화폐를 종이돈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점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저자가 보내는 대규모 금융위기의 경고음 및 진짜와 가짜 자산을 잘 구별해 봐야 한다는 메시지는 새겨들을 만하다. 저자는 말한다. “돈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세뇌됐다. 진짜와 가짜를 착각하고 투자하면 더 가난해질 뿐이다. 진짜를 찾으려면 고정관념을 바꾸고 깨어나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