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방현희 작가 "병원은 인간 삶의 축소판…침울함만 가득한 공간 아니죠"
“병원 속 모습들은 마치 인간의 삶을 집약해 놓은 것 같아요.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폭발하기도 하고, 또 회복되면서 다른 인생을 살기도 하죠. 그런 병원이라는 공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장편소설 《달을 쫓는 스파이》 《불운과 친해지는 법》 등을 쓴 방현희 작가(사진)는 신작 산문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를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설가로 17년을 살고, 간호사라는 또 다른 직업으로 9년을 일해온 작가는 이 책에 병원에서 지켜보고 대화했던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는 “우리 모두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병원 신세를 진다”며 “그럼에도 ‘병원’을 외면하고 또 잊고 싶어 한다”고 했다. 병원 자체가 지닌 무거움 때문이다. 그는 “환자들을 병원이라는 공간에 몰아넣고 일상에서는 아픈 상황을 접하지 않는 모습은 아픈 사람들을 접하며 겪어야 할 고통과 슬픔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방현희 작가 "병원은 인간 삶의 축소판…침울함만 가득한 공간 아니죠"
작가는 환자와 그를 둘러싼 가족의 모습을 때론 날카로운 시선으로, 때론 섬세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간다. 그는 “병원에 있는 시간들을 의미있는 순간으로 살며 나아가 병원 밖에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사는 긍정적 모습도 있다”며 “병원은 침울함만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야말로 다채롭고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인간들이 모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백혈병을 앓던 아이와 그의 다리를 100일 내내 주물러주고 죽을 떠먹여주며 대소변을 받아낸 아빠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그런 아버지의 정성으로 쾌차해 병원을 나가는 아이의 환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 겪는 가장 무거운 상황인 ‘죽음’을 저자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는 “유명한 사람이건 시대의 스승이건 죽음 앞에선 모두 다른 모습이기에 인간의 죽음에 대해 섣불리 말할 수 없다”며 “죽어가는 사람에게 멋있는 모습을 기대하지 말고 그 사람이 끝까지 자기 안위만 생각하며 떠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최대한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책에서 “소설가와 간호사로 사는 두 세계 모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삶”이라고 말한다. 내 영혼을 던지고 생존해야 하는 처지를 탐구하는 게 소설이라면 병원에서의 삶은 극한에 놓인 신체와 맞바꿀 수 있는 것이 내 전부 중 무엇일까를 놓고 신음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인 아픈 사람으로 추락해보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국면까지 맞닿게 되죠. 그래서 누군가는 의존적인 사람임을 인정하거나 또 동반자적 관계를 만들기도 해요. 아픈 사람은 결국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거죠. 가장 아픈 순간이 어쩌면 가장 숭고해지는 순간일지 몰라요.” (파람북, 248쪽, 1만4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