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출신 미술가 아스게르 요른,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아스게르 요른의 1964년작 ‘무제’

아스게르 요른의 1964년작 ‘무제’

“어떤 미술관이나 제도도 내 예술적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내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관객뿐이다.”

덴마크 출신 작가 아스게르 요른(1914~1973)은 1963년 12월 미국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에서 수여하는 구겐하임 국제상을 거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요른은 당시 구겐하임 재단 측에 “나는 품위 없는 작가들에 반대하고 당신의 홍보에 협조하는 그들의 의지에 반대한다”는 ‘수상 거부 전보’를 보내 논쟁을 일으켰다.

서유럽 중심 미술사에서 벗어난 대안적 예술실험으로 주목받은 요른의 개인전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12일부터 오는 9월8일까지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5전시실에서 열린다. 덴마크 실케보르그 요른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요른의 회화, 조각, 드로잉 등 90여 점을 선보인다.

요른은 유럽과 미국 등 주류 미술계에선 일찍부터 추상표현주의의 한 부류에 속하는 작가로 이름을 얻었다. 주로 그의 표현적 특징과 자유로운 붓터치 등 회화적 면모가 부각됐다. 이번 전시에선 사진, 출판물, 직조, 도자, 아카이브 등 다양한 소재와 매체를 이용한 요른의 작품들을 통해 그의 미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1962년작 ‘무제’

1962년작 ‘무제’

전시를 기획한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한국과 덴마크의 수교 60주년을 맞아 덴마크 대표 작가인 요른의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사회 구조에 대한 정치적, 대안적 시각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첫 주제는 그의 초기 작업(1930~1940년대) 작품이다. 파블로 피카소, 후안 미로 등의 작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해 ‘전환’을 시도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예술은 하나로 정의될 수 없으며 지속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그의 접근 방식이 작품에 녹아 있다. 두 번째 주제로 요른이 사회적,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는 그룹인 ‘코브라’와 ‘상황주의인터내셔널(SI)’에서 활동하며 창작했던 작품들을 소개된다. 예술의 상품화를 지양하고 예술적 창의력을 일상에 접목시킨 ‘황금 돼지: 전쟁의 환상’(1950), ‘남성적 저항’(1953) 등을 선보인다.

SI를 떠난 뒤 1961년 그가 설립한 스칸디나비아 비교 반달리즘 연구소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스칸디나비아 예술을 담은 사진작품이 세 번째 주제로 펼쳐진다. 야콥 테이 실케보르그 요른미술관장은 “기독교 중심인 남유럽 전통에 의해 한정지어졌던 북유럽 문화가 행동 지향적이며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고유 문화로서 대안적 세계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피카소나 칸딘스키와 비교되는 북유럽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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