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준 것,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것에 감사하죠. 궁극적으로 아마존에서 받은 선물은 자유입니다.”

"아마존에서 12년 일하며 '자유'란 선물을 받았죠"
박정준 이지온글로벌 대표(38·사진)는 자신이 몸담았던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에 대해 “도제 과정을 보낸 장인의 집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한빛비즈)를 출간하고 방한한 그를 3일 서울 창천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마존의 평균 근속연수는 1년 미만이다. 최고의 대우를 해주지만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이직률이 높다. 그런 아마존에서 박 대표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2년을 일했다. 근속연수로 아마존에서 상위 2% 안에 든다.

아마존 근무가 쉽지만은 않았다. 업무는 치열했고 문화는 생소했다. 매일 막막했고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입사 초기 가장 큰 벽은 영어였다. 부모의 유학 시절 미국에서 태어난 박 대표는 두 살에 한국으로 와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미국 생활을 다시 이어갔다. 아마존에서 마주한 것은 친구들과 대화하고 강의를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영어의 세계였다. 처음엔 회의 때 하는 얘기의 반도 못 알아들었다. 그는 “막막했지만 회사를 옮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며 “못 알아들은 얘기는 회의 후 다른 참석자에게 물어보는 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회상했다.

업무에 적응해가면서 성과를 내고 보람도 느꼈지만 압박감은 여전했다. 하지만 ‘회사는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란 깨달음이 전환의 계기가 됐다. 인생을 조금 큰 틀에서 바라보게 된 그는 경쟁과 승진 피라미드 오르기에 목숨을 걸기보다 개발자에서 마케팅 경영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엔지니어로 일의 영역을 넓혔다. 8개 부서, 5개 직종을 거치면서 체득한 아마존의 사업 성장 모델, 리더십, 성공의 원리도 책에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마존 퇴사 후 그는 1인 기업가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다. 한국의 놀이매트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아마존 채널을 통해 판매한다. “아마존에서 받던 연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회사를 더 키울 계획은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금 이 순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겁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