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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들게 구한 건데.’ ‘언젠간 쓸 일이 있겠지.’ 단단히 마음을 먹어도 어김없이 마음이 약해지고 만다. 버리기는 정리의 기본이라지만 막상 물건을 마주하면 ‘일단 보류’하게 된다.

올초 미국에서는 버리는 데 주저하는 사람들을 ‘정리의 길’로 이끈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았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지난달 방영한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다. 일본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한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가정집을 찾아다니면서 정리법을 전수하는 내용이다. 그 영향으로 집에 있는 물건들을 기부하거나 중고 시장에 파는 미국인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곤도 마리에 효과’라며 언론도 떠들썩하지만 한국엔 이미 7년 전 책을 통해 그의 정리법이 소개됐다.

[책마을] 정리의 기준은 '설렘'…물건에 설레지 않다면 과감히 버려라
2012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더난)에서 곤도는 정리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청소가 아니라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정리의 가장 큰 적은 많은 물건이다. 물건이 늘기만 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물건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납 장소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기에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장소별·방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정리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물건 정리’라는 기술적인 수납법은 물건과 나 사이의 관계 설정을 통한 ‘정신 정리’로 연결된다. 책에서는 버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정리를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자신에 대한 재고 조사’에 비유한다. 간직해온 물건을 내다 버리면서 스며들 수 있는 죄책감에 대해 곤도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고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줄이면 물건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끈끈해진다는 것이다.

물건을 하나하나 만져보면서 자문자답해 가는 과정에서 판단력과 결단력을 높일 수 있다. 망설임은 사라지고 자신감은 상승한다. 기준은 간단하다. 마음이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리면 된다. ‘설렘’이라는 감정을 믿고 행동하면 많은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인생에 마법이 걸린 것처럼. 그래서 ‘정리는 인생을 빛나게 하는 마법’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붙였다.

이 책이 인기를 끌면서 곤도가 쓴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등의 책도 잇따라 선보였다. 이외에도 국내 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정리 관련 책이 있다. 《하루 27시간》(다카시마 미사토 지음)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윤선현) 《마음 정리 수업》(스테파니 베넷 포크트) 등은 공통적으로 ‘정리만 했을 뿐인데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삶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곤도는 “설레는 물건만으로 채워진 공간과 생활을 상상해 보라”며 “그 순간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 흐트러질 조짐을 보이는 새해 결심을 다잡기 위해 주변 정리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