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옷을 입고 긴 모자를 쓴 사람들이 스페인 피레네산맥 남쪽 바스크 지방의 이투렌 마을에서 행진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 알려진 ‘요알두나크 축제’의 꽃인 거리행진 장면이다. 요알두나크는 ‘종 치는 사람’이란 뜻으로 이 지역의 전설 속 인물이다. 이 지역에서 선발된 남자들은 깃털과 오색 천으로 꾸민 50㎝ 높이의 뾰족한 모자를 쓰고 두툼한 양가죽 외투를 입은 뒤 허리엔 2개의 소방울을 달아 요알두나크로 변신한다. 이들이 소방울을 울리며 마을을 돌아다니면 땅이 깨어나고, 악령과 맹수가 멀어지고, 풍년이 온다고 한다. 로마시대 이전부터 이 지역에서 내려오는 민속놀이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험준한 피레네산맥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바스크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과 ‘풍년’이었을 것이다. 한때 생존을 위한 간절한 기원을 담은 의례였지만, 지금은 웃으며 즐기는 축제로 변신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