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할 수 없는 일자리 소멸…인간적 자본주의가 대안"
2017년은 미국에서 ‘소매업의 종말’로 불리는 현상이 시작된 해다. 2016년 10월~2017년 5월 백화점에서 일하던 근로자 10만 명이 실직했다. JC페니, 시어스, 메이시스 등 백화점들이 매장을 폐쇄했고 수십 개의 쇼핑몰이 문을 닫았다. 페이리스, BCBG, 에어로포스테일 등 수천 개의 소매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오프라인 소매업이 무너진 주요 원인은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의 부상이었다.

전문가와 학자들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의 발전으로 유례없는 ‘일자리 파괴’의 물결이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한다. 2016년 12월 백악관이 발간한 보고서는 시급 20달러 미만 일자리 중 83%는 자동화되거나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 미국에서만 220만~310만 개의 택시, 버스, 화물차 기사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 발달로 생계를 이어갈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을 때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벤처 창업 지원 비영리기업 벤처포아메리카의 창업자인 앤드루 양은 《보통 사람들의 전쟁》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향후 수년간의 일자리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 경제적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언제든 빈민으로 추락할지 모를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초반부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중산층 붕괴의 현장을 생생히 조명한다.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기업의 사무 행정직은 대규모 감원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는 2000년 이후 500만 개가 사라졌다. 이 중 400만 개는 해외 이전이 아니라 자동화 때문에 없어졌다. 취업을 포기해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미국인은 9500만 명에 달했다. 성인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로, 실업률 계산에서도 제외된다. 저자는 “더 이상 실업률은 현실을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다”고 단언한다.

이 같은 기술적 실업의 증가는 사회 붕괴를 불러오고 있다. 하류층에 속한 백인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상이 떨어지고 공동체가 붕괴한 원인을 자동화가 아니라 유색인종이나 이민자에게서 찾는다. 인종, 계층 간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역적 불균형도 심각해져 뉴욕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등 5개 대도시의 창업 기업 수는 다른 곳에서 창업한 모든 기업을 합한 숫자보다 많을 정도다.

저자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실에 대한 해법으로 ‘인간적 자본주의의 실현’을 제시한다. 인간이 돈보다 중요하고, 경제 단위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해 빈곤을 완화하고 이웃을 돕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일에 디지털 신용 포인트를 지급하라고 주장한다. 이 신용 포인트가 또 다른 화폐로,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기술이 인간을 위해서 일하게 하도록 경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