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문학번역상'에 한국문학연구자 오무라 마스오 수상
이기영의 '고향'을 번역한 일본 출신 번역가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가 올해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지난해 해외에서 출간된 29개 언어권, 167종의 한국문학 번역서 가운데 가장 탁월한 작품에 수여되는 상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10일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16회 한국문학번역상’ 및 ‘한국문학번역신인상’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는 오무라 교수를 비롯해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작 3편을 발표했다. 오무라 교수는 일본을 대표하는 한국문학 연구자로, 1985년 윤동주 시인의 묘소를 처음 발견한 인물이다. 그의 수상작인 이기영의 '고향'은 일본 헤이본샤 출판사가 한국문학번역원과 협업해 1998년부터 기획·출간해 온 '조선근대문학선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오무라 교수는 “한국 정부가 주는 상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쁘고 영광”이라며 “같은 선집 시리즈 2권이었던 강경애의 '인간문제'도 번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기영은 한국 대표 문학자이자 북한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라며 “아직 일본에선 북한과 한국을 동시에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데, 이번 수상을 통해 남북 양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문학번역상'에 한국문학연구자 오무라 마스오 수상
한국문학번역원장상은 한유주의 '불가능한 동화'를 번역한 재닛 홍(영어)과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를 러시아어로 옮긴 리디아 아자리나에게 주어졌다. 재닛 홍은 “번역가로 16년 정도 일해 왔는데 '불가능한 동화'는 첫 장편”이라며 “처음 번역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싸이부터 방탄소년단까지 한류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관심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 공로상’은 프랑스 필립 피키에 출판사와 독일 프리랜서 기자 카타리나 보르하르트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해외에서 한국문학의 보급과 전파에 기여한 사람을 가리기 위해 제정됐다. 필립 피키에 출판사는 1986년 프랑스에 처음 설립된 아시아학 전문 출판사다. 정유정의 '종의기원'과 황석영의 '해질 무렵' 등1992년부터 현재까지 45종 이상의 한국 문학 작품을 출간해왔다. 보르하르트 기자는 한국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이었던 2005년부터 박경리, 황석영, 김영하, 한강 등 한국 문학인 인터뷰 기사를 유럽 매체에 소개해왔다.

신진 한국문학 번역가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은 올해 소설가 김금희의 단편소설 '오직 한 사람의 차지'를 대상 작품으로 정해 공모한 결과 션 린 할버트(영어), 이은정(프랑스어), 박지현(독일어), 베아트리즈 알론소 마씨아(스페인어), 다리아 토도로바(러시아), 이정옥(중국어), 마츠부치 유우코(일본어) 등이 수상했다. 최근 GKL문학번역상, 코리아타임스 번역상을 받으며 번역 3관왕에 오른 할버트 씨는 “수상하지 못할 줄 알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군데 응모했는데 많이 수상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한류 덕분에 한국 문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진 만큼 한국 문학이 더 많이 번역되면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