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이 공급 측 비용을 높여 단기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6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열린 《2019 한국 경제 대전망》(21세기북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이맘때 올해를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전망했다면 내년은 ‘외우내환(外憂內患)’이 열쇳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책의 필진으로 이 교수가 이끄는 경제추격연구소의 경제 전문가 34명이 참여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이 교수가 꼽은 ‘내환’은 중기적으로는 과거 유럽경제처럼 고착화되는 실업과 장기적으로는 재정 트릴레마(복지수준, 조세부담, 국가채무 간 상충관계)다. 이 교수는 “복지 수준을 높이면서 조세부담률은 낮추고 국가채무비율도 낮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조세부담률을 대폭 올리는 스웨덴식으로 갈 건지, 국가채무가 큰 일본의 형태로 갈 건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수출 중심의 개방경제인 만큼 ‘외우’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이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등장에 따른 자본주의의 역주행, 포퓰리즘과 민주주의의 퇴보, 미·중 간 갈등 심화로 인한 신(新)냉전기 도래를 세 가지 외우로 들었다.

공동 집필자인 김호원 서울대 산학협력 중점교수는 “정책당국자들의 시각이 기업 등 시장과 매우 다르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측면에서 고용시장은 내년에도 삭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노동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이 고용 위축을 불렀다”며 “노동시장 구조 선진화와 개혁이 병행돼야 만성화된 고용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임금주도 성장일 뿐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근로자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