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놀기…욜로의 진화 횰로가 뜬다
집이 가장 편하다. 집에서 운동하고 집에서 밥 먹고 집에서 논다. 친구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한다. 새로운 경험은 유튜브로 대리 만족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불편하고 형식적인 인간관계에선 쉽게 피로를 느낀다. 어떤 사회적 이슈든 나와 상관이 있어야 관심을 갖는다. 특이한 ‘은둔형 외톨이’의 삶이 아니다. 리서치회사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최근 출간한 《2019 대한민국 트렌드》(한국경제신문 한경BP)에서 꼽은 내년 한국을 관통할 트렌드다. 핵심은 ‘1인 체제가 뒤바꾼 생활공간’이다. 엠브레인이 20~50대 패널 100만 명 가운데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 결과다.

1인 체제가 뒤바꾼 생활공간

단순히 ‘덜 교류하는’ 차원을 넘어 ‘완벽하게 혼자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간과 일을 자기 스타일로 통제하고 자신이 통제 가능한 공간에서만 생활하려는 사람들이다. 그 속에서 불안이나 외로움이 아니라 평온함을 느낀다. 현재를 즐기는 사람을 뜻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에 ‘홀로’를 합성해 ‘횰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집에서 혼자 놀기…욜로의 진화 횰로가 뜬다
의식주도 달라지고 있다. 집과 방은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작년보다 증가했다’는 응답은 2016년 20.8%에서 올해 22.9%로 늘었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 찾는 장소 1순위는 ‘내 방’(67.9%)이다. 큰 방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이유다. ‘방 개수가 적더라도 큰 방이 있는 집이 좋다’고 응답한 비중이 2016년 41.6%에서 올해 48.8%로 높아졌다. 집에서 하는 아이템도 늘었다. 집에서 하는 운동인 ‘홈트’(홈트레이닝의 준말)가 대표적이다. 설문 대상자 10명 중 3명(29.4%)은 이미 홈트를 실천하고 있다. 실내 놀이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상현실(VR)게임 등 VR 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다.

유튜브는 집에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10대들의 경우 2위 사용 앱(응용프로그램)인 카카오톡보다 4배나 사용 시간이 많았다. 몸은 쉬면서 새로운 자극을 찾는 뇌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 다양성과 새로움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결혼도 비용’,…소비 감소 우려도

혼밥(혼자 밥먹기)은 일상화됐고 스마트폰으로 배달 앱을 사용하는 비중은 지난해 24.9%에서 올해 34.7%로 높아졌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보니 간편식 시장 규모도 커졌다. ‘지난 1년간 가정간편식을 접해봤다’는 응답자는 98.6%에 달했다.

집에서 혼자 놀기…욜로의 진화 횰로가 뜬다
자신의 편안함을 우선시하다 보니 타인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있다. 유행에 대한 민감도 하락은 ‘소비의 합리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반면,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브랜드도 제품을 보증하는 차원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 의미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결혼도 비용’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응답자의 77.2%는 ‘사랑한다고 해서 꼭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관계도 구분, 일보다 여가

자신의 영역을 중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개입은 불편과 피로의 원인이 된다. 사람에 대한 부담이 무인점포, 무인판매 등 비대면 서비스의 일상화를 이끌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에서 ‘자발적인 동기’를 중시하고 일 자체보다는 여가생활에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은 젊은 층일수록 뚜렷했다. ‘여가생활이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20대는 70%, 30대는 56.4%, 40대는 48.8%, 50대는 43.2%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과 일상에서의 인간관계를 구분하다 보니 과거 ‘완고하고 나이 든 어른’을 지칭했던 ‘꼰대’의 개념은 ‘후배나 약자의 인생에 과하게 개입하는 오지랖 넓은 권위적인 선배’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내 생활과의 관련성’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된다. 남북한 관계 개선 같은 큰 이슈보다 미세먼지 증가나 재활용 쓰레기 대란 등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