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KAIST 미래학자들이 전하는 대한민국의 앞날
한반도와 전 세계는 지금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파괴적 혁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남북한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와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집약되는 세계 질서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대격변의 시대에 우리가 예지력을 갖고 미래를 알아맞히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대응할 수는 있다. 미래전략은 미래의 눈으로 현재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미래학 연구·교육기관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미래전략연구센터는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에서 기술과 힘이 대이동하는 변화의 시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메가트렌드 전망과 핵심 전략을 소개한다. 2015년 판을 출간한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 광화문에서 ‘국가미래전략 토론회’를 열고 있다. 총 155회의 토론회서 나온 관련 분야 전문가 500여 명의 발표 내용과 참여자 4000여 명의 토론을 바탕으로 책을 만들었다.

전반부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전환기 한반도의 질서 그리고 기술과 힘의 대이동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사회 기술 환경 인구 정치 경제 자원 등 분야별로 대비해야 할 미래전략을 제시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거대 기업들이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 등 이른바 지능정보사회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핵심 기술의 경쟁력과 표준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이제 개인과 기업, 국가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화 시대의 낡은 지식을 버리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책은 그 핵심 키워드로 개인과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업스킬링(up-skilling)’을 제안한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의 습격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자 GM 포드 등의 노사는 ‘리트레이닝 펀드’를 조성해 근로자의 역량을 강화,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직무교육을 통해 제조업 강국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책에서는 산업 구조가 디지털경제로 옮겨가면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으로 ‘연결’과 ‘공유’에 주목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통해 잘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경제를 구현하는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가상화폐 가치의 급등락과 거래소 해킹, 가상화폐공개(ICO) 규제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 등장 이래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소유가 아닌 이용에 기반한 사업모델은 디지털경제에서는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빨래를 대신해주는 ‘와시오’, 요리를 대신해주는 ‘스프리그’, 우체국 용무를 대신해주는 ‘십’, 안마사를 불러주는 ‘질’, 의사를 보내주는 ‘힐’ 등 무엇이든지 공유가 가능한 세상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 책은 ‘21세기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 행복을 위한 미래전략을 제시한다. 선비정신이란 정파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대의와 국가, 백성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다. 역사적 패권 국가였던 중국 옆에서 한국이 자주적인 국가를 유지, 발전시킨 비결이다. 책은 선비정신을 통한 국가미래전략만이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활용되고 정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