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태반이 쪽박 차는 자영업…대박 가게는 뭐가 달랐나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90.9%였다. 10년 동안 생긴 음식점 10곳 중 9곳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전국 74만 개 외식업체 중 연매출 5000만원도 안 되는 곳이 38만 개나 된다. 치킨집을 차리고 싶어도 경쟁 업체만 인근에 수십 곳이다. 단골 손님은커녕 일반 손님을 끌어모으기도 힘든 게 대한민국 자영업의 현실이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이 TV에서 식당을 차린 자영업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던진 이후 이들의 모습은 둘로 나뉜다. 눈에 띄게 바뀌거나 전혀 바뀌지 않는 쪽이다. 그것은 한 끗 차였다. ‘기본’을 찾기 위해 ‘공부’를 했느냐다. 배달 앱 서비스를 하는 배달의민족은 배민아카데미를 통해 ‘장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메뉴판 구성부터 법률 상식까지 자영업자에게 장사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다. 효과가 있었을까. 배민아카데미 측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10회 이상 적극적으로 참여한 음식점 업주들은 1년 만에 매출이 209%(2017년 기준) 늘었다. 단 한 번 교육에 참가한 업주도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68%(2017년 기준)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배민아카데미에서 낸 《저도 장사가 어려운데요》는 아카데미를 통해 공부해 성공한 사장들의 생생한 현장경험을 담았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정민환 깐깐한패밀리 사장은 광주광역시에서 ‘깐깐한 족발’로 대박을 냈다. 족발 ‘신인’이던 정 사장은 전국의 족발 맛집을 찾아다녔다. 고수들에게 비법을 묻고 퇴짜도 맞으면서 자신만의 ‘족발 노하우’를 만들어갔다.

닭강정을 파는 엉짱윤치킨의 백윤희 사장은 배달을 과감히 버리고 택배로 전국의 고객을 모았다. 흔한 광고지 홍보 대신 페이스북과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과 가게 사진을 매일 올렸다. 지금은 3만 명의 ‘충성 팔로어’를 지닌 가게가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주 무기인 ‘입소문’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이 밖에 배달대상을 3년 연속으로 받은 동네 피자가게 조병준 준스피자 사장의 ‘기록 장사법’, 미국에 진출한 동네 찜닭집의 ‘브랜드 전략’ 등 가장 평범한 먹거리로 특별한 성공을 일군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장사 비법을 책에 녹였다.

이들은 아직도 장사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이들이 수년간 어렵게 찾은 장사 노하우를 대중에게 알려주기까진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도 똑같이 겪었던 ‘사장님들의 고충’을 너무나 잘 알기에 실패를 줄이고 성공의 선순환을 일으키게 해주고 싶었다고 입을 모은다. 장사의 A부터 Z는 물론 ‘나뿐만 아니라 다들 힘들구나, 그러니 힘내보자’라는 위안까지 얻게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