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질 무렵 배에서 바라본 노화도.
석양이 질 무렵 배에서 바라본 노화도.
전남 완도군 노화도는 한반도 끄트머리인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배로 40여 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섬 곳곳에 자리 잡은 갈대밭 덕분에 가을이면 섬 전체가 금빛으로 물든다고 해서 갈대 노(蘆)와 꽃 화(花)자를 딴 이름이 붙었다.

면적 31㎢에 인구 5400여 명이 사는 크지 않은 섬이지만 이곳에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복을 생산한다. 완도군 연간 전복 생산량의 35%인 6500여t의 전복이 매년 노화도에서 나온다. ‘전복의 섬’이라 불리는 이유다. 주변 섬들에 둘러싸인 자연환경이 전복뿐 아니라 김, 미역 양식에 더없이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북쪽엔 횡간도가, 서쪽엔 노록도와 넙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두 섬이 거친 해류로부터 노화도 양식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노화도가 여행지로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데는 ‘단짝’ 보길도의 도움이 컸다. 보길도는 조선 중기 문인인 고산 윤선도의 시조 ‘어부사시사’의 배경이 된 섬이다. 윤선도는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처럼 아름답다고 여겨 보길도에 부용동(芙蓉洞)이란 이름을 붙였다. 보길도 곳곳에 그의 자취가 남아 있다. 그가 섬 곳곳에 지은 건물은 세연정, 무민당, 곡수당 등 25채에 달한다. 지금도 한 해 30만여 명이 그가 남긴 문화유산과 자연이 빚어낸 절경을 보기 위해 보길도를 찾는다.

노화도가 본격적으로 보길도 덕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그해 두 섬을 잇는 보길대교가 개통됐다. 차로 몇 분이면 갈 수 있게 되자 보길도 관광객들이 자연스레 노화도에도 들렀다.

노화도의 모습은 대부분 지형이 산으로 이뤄진 보길도와는 다르다. 크지 않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5000여 명 주민이 먹을 쌀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을 정도다. 갯벌도 넓다. 겨울철 충도리 갯벌에 가면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와 같은 수많은 철새가 바다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화도와 보길도에 가기 위해선 완도군 화흥포항이나 해남군 땅끝마을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야 한다. 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호로 두 곳 모두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배가 출발한다.

완도=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