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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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녀 10명 중 8명이 데이트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는 사용 금액에 관계없이 데이트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면서 절약을 위한 '데이트 비용 다이어트'를 한 경험도 있었다.

일부는 데이트 횟수를 줄이고, 선물 구입까지 자제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남자친구를 만난 지 2년이 되어가는 20대 여성 A씨 또한 그랬다.

솔직하게 돈이 없다고 털어놓는 동갑내기 남친의 사정을 알고, A씨는 데이트 통장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각 20만 원 씩 달 마다 저금을 하고 한도 내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A씨도 사실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A씨에게 "그 정도면 풍족한 거지"라며 "돈 많은 사람이 더 내야지"라고 했다.

연애 초 몇 달 동안은 데이트 통장을 이용해 금전적으로 공평하게 지냈다.

그러다 남자친구는 A씨 얼굴만 보면 "돈 때문에 힘들다"는 말이 늘었다.

이후로 A씨는 어쩔 수 없이 평일에 한번, 주말에 한번 데이트를 할 때 식사 비용을 냈다.

남자친구는 처음엔 미안해하면서도 못 이기는 척, A씨에게 식사 비용을 부담시켰다.

물론 남자친구도 데이트를 위해 지출을 하긴 한다. 매주 영화표를 사기 때문이다. 물론 할인 카드로 구매한다.

A씨는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한 달에 식비만 40만 원이 들기 때문.

그는 "자꾸 시험에 들게 한다. 밥 다 먹으면 남자친구는 내가 계산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온다"라며 "비싼 거 먹을 때는 더 그렇다. 그러면서도 TV에 나온 맛집은 모두 가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사귄 지 2주년 때는 남자친구가 먼저 '호텔에서 잘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물론 A씨가 결재하라는 의미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가도 결재는 모두 A씨의 몫이었다. 선물이라곤, 생일 때 향수 한 번 받아본 게 전부다.

두 사람의 사이에 금이 간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 남자친구가 회사에서 상품권 50만 원을 받은 것. A씨는 "돈이 없어서 상품권을 제게 팔려고 했다. 장당 5000원씩 떼고 475,000원에 살 거냐고 묻더라"라며 어이없어 했다.

A씨는 "어떻게 연인에게 그런 걸 물어볼 수 있나"라며 "장점도 분명 있는 사람이라 연애를 이어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피곤해지고, 스스로 '호구'(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친구가 이 정도면 진상일까? 이런 걸로 헤어져도 될까?"라고 물었다.

A씨의 사연에 온라인 게시판은 댓글로 뜨겁게 달궈졌다. 네티즌들은 "저런 남자를 왜 만나는거죠?", "A씨가 남자친구의 부모인가? 호구 짓은 이제 그만", "결혼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 월급은 차곡차곡 모았다가 딴 여자랑 결혼할 각", "주로 데이트 비용을 담당하는 남자가 '내가 여자친구에게 호구인가'라고 생각하는 시점은 대부분 여자친구가 싫어지는 시점"이라고 촌철살인의 현실 조언을 건넸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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