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행복이란 말은 두루뭉술… 쾌족이라 부르면 어떨까요"
‘행복’만큼 우리가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 실체가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게 있을까. 최근 조직이나 사회보다 개인의 안녕을 강조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정색하고 묻는다면 적당한 답을 내놓을 사람이 많지는 않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겸 행복연구센터장(사진)은 저서 《굿라이프》(21세기북스)에서 본인의 행복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풀어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행복이란 말은 두루뭉술… 쾌족이라 부르면 어떨까요"
28일 인터뷰에서 최 교수는 우선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를 뜯어보며 설명했다. “사전에 제시된 행복의 첫 번째 정의는 ‘우연히 찾아오는 복’입니다. ‘우연(幸)과 복(福)이 행복의 핵심이라는 거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다가오는 복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뿐 행복이라는 경험의 본질이 뭔가에 대해서는 어떤 힌트도 없는 단어예요.” 행복이라는 단어가 그 개념을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거다.

최 교수는 행복 대신 ‘쾌족(快足)’이라는 단어를 제안했다. 그는 “글자 그대로 기분이 상쾌하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행복의 하위 카테고리인 만족, 고요함, 열정 같은 것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일까. 최 교수는 “쾌락과 의미가 공존하는 삶”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의미있는 삶’이 왜 행복한 삶인지 설명하기 위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쾌락보다 의미가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최근 ‘의미있는 삶’을 너무 무겁게만 바라보는 풍조 때문이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버리는 삶만이 의미있는 삶은 아닙니다. 작고 가볍지만, 중요한 의미도 존재하죠.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주는 것,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것같이 일상 속에서의 의미 말입니다. 작고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小確幸)’이 존재하듯 작고 확실한 의미인 ‘소확의(小確意)’도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욜로(YOLO: 현재에 충실하자)열풍’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기분’만으로는 행복을 정의할 수 없다”며 “지금 기분이 좋을 때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삶 전체를 바라봤을 때 ‘의미있게 살았다’고 생각돼도 행복을 느낀다”고 조언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만 행복을 재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행복 연구자’인 최 교수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할까. 그는 “특히 세 가지 일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나에게 중요한 소수의 사람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선 잘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또 ‘돈으로 경험을 산다’는 원칙을 지키려 해요. 소유에 집착하기보다 즐거운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려고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강박적으로 운동을 매일 합니다. 몸의 에너지가 넘칠 때 마음의 에너지도 넘칠 확률이 높으니까요.”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