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의 베이스 김진만(왼쪽부터), 보컬 김윤아, 기타 이선규.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우림의 베이스 김진만(왼쪽부터), 보컬 김윤아, 기타 이선규.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음반은 단편소설집 같은 느낌일 겁니다. 20년차가 됐지만 20년 뒤에 다시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앨범이었으면 좋겠어요.”

2013년 9집 앨범 발표 이후 5년 동안 팬들을 기다리게 한 자우림이 정규 10집을 들고 나타났다. 지난 21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자우림 멤버들에게선 ‘설렘’보다는 ‘담담함’이 묻어나왔다.

이번 앨범은 특별한 타이틀 없이 ‘자우림’이라는 셀프타이틀로 발표했다. 국내 최장수 혼성밴드에서 느껴지는 묘한 겸손함과 자신감이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김진만은 “셀프타이틀은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며 “하지만 100년 뒤에도 자우림이라는 밴드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싶을 때 이 앨범을 통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앨범은 어둡고 불안한 느낌의 ‘광견시대(狂犬時代)’로 시작해 ‘아는 아이’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있지’ 등을 거쳐 점차 희망적인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김윤아는 “1번부터 5번 트랙까지 한 주인공의 세계관이 연결된 단편소설집 같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말했다. 기타를 맡은 이선규도 “어제 곡을 완성해도 오늘 들었을 때 아니다 싶으면 갈아치우고 수십 차례 바꿔가며 서로를 달달 볶았다”며 “사운드에 있어선 촘촘함을 강조했고 가사에선 하고 싶은 얘기를 정제해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자우림은 1997년 ‘헤이헤이헤이’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어두웠던 시대상을 잊기나 한 듯 헤이헤이헤이 속 보컬 김윤아의 목소리는 밝고 명랑했다. 이후 10장의 앨범을 내놓으며 때로는 병들어 있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시원한 일탈, 감수성에 기댄 사랑과 이별을 노래했다. 2013년 이후 이들이 자리를 비운 5년 동안 국내 공연 음악계는 힙합과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장르가 장악했다. 트렌디한 음악에 대한 조급증이 들진 않았을까.

이선규는 “특별히 자우림이 트렌드를 좇아간 적도 놓친 적도 없지만 트렌디한 것이 무조건 힘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며 “‘일탈’이라는 단어를 던져주면 지금 20대 역시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자우림 1집 수록곡 ‘일탈’의 가사 일부)을 떠올릴 정도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젊은 세대가 모두 공감하는 게 우리 힘”이라고 강조했다.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을 발표한 자우림은 오는 7월7~8일 이틀 동안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자우림, 청춘예찬’ 콘서트를 여는 등 오랜만에 팬들과 소통한다. 밴드 자우림은 어떤 그룹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음악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음악을 하기보다는 우리 음악이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다고 느낄 때 바로 그만둘 수 있는 힘을 가진 밴드로 남고 싶어요. 그러면 팬들도 좋게 기억하지 않을까요?”(김윤아)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