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평가 결과 발표
제주도는 확장 등재 신청, 일부 수용될 듯
조선인 징용 '아마미·류큐' 세계유산 사실상 무산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아마미(奄美)·류큐(琉球)'가 자문기구 심사에서 등재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최근 세계문화유산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평가서와 함께 누리집에 올린 세계자연유산 자문기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평가서에 따르면 아마미·류큐는 '반려'(Defer) 유산으로 분류됐다.

이코모스와 IUCN은 등재 후보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Inscribe), '보류'(Refer), '반려'(D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중 하나를 선택해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하는데, 반려 판정을 받으면 등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우리나라가 2016년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한 '한국의 서원'이 이코모스로부터 반려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아마미·류큐가 생태학적·생물학적 주요 진행 과정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이고, 생물학적 다양성 보존을 위해 의미가 있다는 두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그러나 IUCN은 그중 첫 번째는 등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두 번째 생물학적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2016년 미군이 일본에 반환한 오키나와섬 북부 훈련장에서 나온 부적절한 요소(폐기물)를 문제 삼았다.

아마미·류큐는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에 있는 섬인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 도쿠노시마(德之島)와 오키나와(沖繩)현 오키나와섬 북부, 이리오모테(西表)섬으로 구성됐다.

우리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영한 강제동원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아마미오시마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 징용돼 가혹한 노동에 내몰린 곳으로, 자살특공대를 전장으로 보내는 특공기지 3곳과 대규모 노동 부대가 있었다.

오키나와에도 조선인 수천 명이 노동자와 군인으로 징용됐고, 상당수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됐다.

세계유산 신청 지역에 일제강점기 군사 유적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섬들은 한국인에게 가슴 아픈 역사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리오모테섬은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IUCN은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판징산(梵淨山)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렸고, 이란 아라스바란 보호구역은 등재 불가를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유산과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신청한 '경계 소폭 변경' 안건은 평가서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부만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코모스는 벨기에와 프랑스가 공동 신청했으나 논란이 있었던 제1차 세계대전 묘지와 추모시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분열을 일으키는 기억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등재 검토 연기를 권고했고, 중국 고대 취안저우(泉州) 역사유적은 등재 불가 방침을 정했다.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에 건설된 별궁과 주변부를 지칭하는 메디나 아자하라는 등재 권고, 이탈리아 북부 이브레아 산업 유적은 보류 판정을 각각 받았다.

우리나라가 7개 산사를 묶어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만 등재 권고 대상으로 선정됐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내달 24일 바레인에서 개막하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까지 등재되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