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환경 보호 vs 경제 발전, 낡은 프레임서 벗어나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민주사회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까. 환경보호 행위는 경제 발전에 걸림돌만 되는 걸까. 인공지능(AI)은 인간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아야 할까.

21세기 전 세계가 새롭게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진지하게 찾는 책이 출간됐다. 일본 다마가와대 문학부 교수인 오카모토 유이치로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생각하는가》다. 여타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자는 과거의 유명한 사상가 대신 현대의 새로운 사상가들의 의견을 빌려 이 같은 질문에 답한다는 점이다. “애덤 스미스는 비트코인 문제에 대해 답해줄 수 없고 니체와 소크라테스는 복제인간 문제를 외면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시종일관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며 최대한 다양한 사상가의 생각을 끌어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대답을 차근차근 제시한다.

저자는 SNS를 두고 ‘양날의 칼’이라고 비유한다. 민주화의 중요 수단인 동시에 감시 수단으로도 활용된다는 점에서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돼 아랍권 전체로 번진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때 페이스북, 트위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는 그러나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인간은 ‘감시당하고 있다’는 의식조차 하지 못하며 감시당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푸코의 ‘파놉티콘’보다 더 나아간 ‘슈퍼 파놉티콘’ 사회”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검색하거나 구입하면 다음 방문 때 맞춤 추천 도서가 화면에 뜨는데 이를 무심코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자신의 의사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환경보호 vs 인간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자연 생태계 보호와 인간의 경제적 이익 중 하나를 택일하라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주장은 실제 정책 입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마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의 “경제발전과 환경은 모순이 아니라 통합할 수 있는 관계”라는 주장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식량, 물, 목재, 심미적 향유 등 생태계에서 직·간접적으로 누리는 편익이 존재하며, 자연은 그런 인간의 경제이익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끌어모아 소개하는 다양한 학자의 주장은 때로는 동의하기 어렵고, 때로는 날카로운 분석에 무릎을 치게 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 중 누구의 것도 무조건 따르기보다 그들의 가치 판단을 통해 더욱 구체적인 자신만의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면 된다”고 설명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