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상 겨레말큰사전사업회 상임이사 "사업 재개 준비"
소설가 정소성 "남북한문학교류위 설립 제안"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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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 언어와 문화의 정수인 문학계에서도 남북의 언어 통일, 문학 교류에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지다 중단된 남북 문학인들의 단체 '6.15민족문학인협회' 활동 재개, 겨레말큰사전편찬 사업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남북한문학교류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과거 6ㆍ15 민족문학인협회 남측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소설가 정도상은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어떤 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니며,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서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언어를 통합하기 위해 공동으로 2005년에 시작한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사업비 지원 중단과 방북 제한 등으로 차질을 빚다가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전면 중단됐다.

그럼에도 편찬 공정률은 절반을 넘어선 상태. 이번에 정상회담 성공으로 문화교류가 재개되면 가장 우선해 복구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3일 공식 언론 브리핑에서 도종환 장관이 이달 초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을 인솔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겨레말큰사전편찬작업 재개 등 몇 가지 문화교류 의제를 언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상회담 D-2] 문학 교류 재개에도 기대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과 함께 문인들의 교류도 크게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겨레말큰사전 사업에 참여한 주축이 시인, 소설가 등 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또 문인들은 2006년 10월 남북 문인들이 함께하는 모임인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공식 결성하고 수차례 만나기도 했다.

그 교류의 결실로 문학잡지 '통일문학'을 창간해 3호(2009년 3월)까지 발행했다.

당시 문인으로서 6.15민족문학인협회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도종환 장관은 최근 평양 방문 당시 북한의 안동춘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통일문학'을 다시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맺어지면 문인들이 남북 문화교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문인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시적인 행사를 기획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회담 결과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정도상 작가는 "대통령 말처럼 남북문제를 유리그릇 다루듯 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과도한 액션보다는 (성공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창비 주간논평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란 제목의 글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후천(後天)의 시대를 여는 회담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선천(先天)은 전쟁과 학살, 증오와 투쟁, 죽임과 차별, 개발과 파괴로 점철된 상극의 시대였다.

후천은 평화와 협력, 화해와 소통, 살림과 존중, 성숙과 나눔으로 채워질 상생의 시대이다"라며 "이제 상생의 후천시대로 가야할 때가 왔다.

후천시대는 통일체제로 이행하면서 열리게 될 것"이라고 기원했다.

이어 "앞으로 이틀 후 판문점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중계화면으로 보는 즉시 울컥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나만 이러는 게 아니다. 정상회담을 위해 기도하자고 하면 여기저기서 기도했다는 응답들이 왔다. 우리는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봄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문학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남북 문학교류 단체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원로 소설가 정소성(74) 단국대 명예교수는 오는 27일 한국소설가협회 주최로 양평 잔아문학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 소설문학 속의 통일문학'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아 "남북한 문학 교류를 위한 '남북한문학교류위원회' 설립을 제창한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북한이 유난스레 문학을 체제 안정에 중요시한 사실에 비추어볼 때 '남북한문학교류위원회' 설치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남북문학인들의 문학적 상상력은 어느 분야보다 원류적으로 남북문화의 민족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