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구급차 지나가면 '자동 파란불'
경기 의왕시에서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모락로사거리에 가까워지자 신호등은 저절로 파란불로 바뀌었다. 소방차는 정지하지 않고 사고 현장까지 쭉 내달렸다.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이 같은 긴급차량용 교통신호시스템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시스템이 자리잡으면 소방차·구급차 등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단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청은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긴급차량·버스 우선신호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도입하기 위한 표준규격 개발을 시작한다고 9일 발표했다. 의왕시에서 시범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구급차, 소방차 같은 긴급차량의 위치를 감지해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를 우선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차량이 교차로 통신영역(100m)에 진입하면 기존 신호를 중단하고 긴급차량의 진행 방향에 직진·좌회전 동시신호를 주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의왕시 다섯 곳에서 이 시스템을 시범운영하며 효과를 검증했다. 1번 국도상의 5개 교차로(모락로사거리~고천사거리) 1.8㎞ 구간에서 시범운영한 결과 긴급차량의 출동시간은 평균 45.6% 줄어들었다. 차가 많이 막히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출동시간이 최대 60%까지 단축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재난 상황에서 신호대기 때문에 지체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청과 국토부는 이달부터 약 5억1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우선신호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신호운영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이어 통합단말기 및 신호제어장치의 표준기술 규격안을 마련해 8월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에 ‘우선신호 시스템 표준기술 규격안’을 배포할 계획이다. 이는 앞으로 보편화할 자율주행 대중교통 서비스를 위해서도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자율주행 버스 등의 신호체계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