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인 이상 난 교황도 될 수 있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나 OOO야.”

폼 잡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입에 올리진 않더라도 내심 이 말을 품고 사는 사람도 많다. 헤겔이 말한 ‘인정 욕구’가 강한 이들이다. 인정 욕구는 인간이 갖는 보편적 심리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일수록 강하다.

인정 욕구에는 만족이 없다. 칭찬을 들을수록 더 많이 원한다. 그러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정작 스스로를 알지 못하게 된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질문에 자신이 답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내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진정한 분별력과 현명함으로 자신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는 산초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 자신에게 눈길을 보내 스스로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도록 노력하게. 자네를 알게 되면 황소와 같아지고 싶었던 개구리처럼 몸을 부풀리는 일은 없을 거야.”

《돈키호테의 말》은 소설 《돈키호테》 속 다양한 문장을 통해 작은 인생의 지혜를 나눈다. 저자는 안영옥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다. 그는 “곱씹고 음미해야 할 삶의 진리들이 돈키호테에 담겨 있다”며 “타인과의 비교에 휘둘리지 말고 나다운 삶, 내가 진짜 원하는 인생을 찾아 돈키호테처럼 당당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세 기사 소설에 빠져 기사가 되려 한 돈키호테는 산초와 함께 모험을 찾아 라만차 들판에 선다. 낡은 갑옷에 구부러진 창을 들고 비루한 말 위에 올라탄 그를 보고 많은 사람이 조롱한다. 하지만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자기가 되고자 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산초 역시 돼지치기로 살며 자기 이름도 쓸 줄 모르지만 자신의 한계에 스스로 선을 긋지 않는다. “인간인 이상 난 교황도 될 수 있다.”

저자는 끝까지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돈키호테처럼 인생을 나의 무대로 만들지 못하고 주인공으로 서지 못하면, 결국 누군가의 소품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는 말한다. “아무리 어려운 모험일지라도 이 일에 도전해야겠다는 욕망으로 내 심장은 가슴 속에서 터질 것 같다.”

최근엔 이런 소식들도 들려온다. 100세의 일본 할머니가 마라톤에 나서고, 프랑스 할아버지가 22세에 그만둔 사이클을 다시 시작해 105세에 대회에서 완주했다는 얘기다. 113세의 시리아 할머니가 더 나은 삶을 찾겠노라며 조국을 떠나 5000㎞를 걸었다고도 한다. 저자는 “인생이란 공연은 한 번뿐이며 하늘은 우리에게 두 번의 인생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