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수묵담채로 그린 한경혜의 ‘푸른 꿈’.
한지에 수묵담채로 그린 한경혜의 ‘푸른 꿈’.
망망대해에 점점이 떠 있는 섬과 배, 성난 파도, 해변의 기암괴석, 노을 진 수평선…. 바다 그림은 대체로 이런 원경(遠景)이다. 한국화가 한경혜 씨의 바다 풍경은 사뭇 다르다. 뭍과 가까운 바다 어디쯤에 발을 담그고 들여다본 물속 풍경이다. 그 안에는 군락을 이루고 사는 따개비며 조개류, 굴·미역을 비롯한 해초류, 산호초 등 다양한 생명이 산다.

한씨가 이런 풍경을 한지에 수묵담채로 묘사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7~12일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한경혜 아홉 번째 이야기-물은 생명이다’전을 통해서다. ‘물과 돌의 작가’로 잘 알려진 한씨는 계곡의 물속이나 바닷속 모습을 수묵담채로 생생하게 묘사해왔다. 전국의 명산과 섬을 찾아다니며 물과 돌을 화면에 담았다. 2009년 홍익대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도 ‘동양회화에 나타난 물 표정 연구’였다.

이번 전시에는 바닷가 물속 풍경을 그린 근작 17점을 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나태주, ‘풀꽃’)는 시처럼 자세히 들여다본 수중 풍경은 놀랍도록 다양하다. 군소와 꽃게가 ‘이웃사촌’으로 공생하고 ‘명당자리’를 차지한 녀석들도 있다. 유난히 빨간 게 두 마리를 발견했을 땐 ‘행운’이란 제목을 붙였다. ‘군소의 산책’ ‘산호초 아이들’ ‘일상의 여유’ 등 그림 제목부터 맑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한씨는 “우리나라 연안 바닷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생명체를 그림 소재로 주목했다”며 “생명이 이어지는 곳엔 언제나 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미술평론가)는 “한경혜 작품 속 풍경은 유심히, 섬세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잘 잡히지 않는 기이하고 낯선 모습”이라며 “더없이 소박하고 건강한 생명체를 발견한 작가의 시선과 마음이 빚은 맑고 깨끗한 풍경”이라고 평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