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을] 중국 14억명 귀성 전쟁, 공유경제가 해결사
몇 년 전만 해도 음력 정월이 다가오면 늘 신문 국제면을 장식하는 사진이 있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14억 명의 중국인들이 대이동하는 장면이다. 큰 짐을 머리에 이고 아이를 업은 이들이 귀성 전쟁을 치르기 위해 주요 기차역에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 중 상당수는 고향에 내려가길 포기하거나 몇 날 며칠을 운전해야 한다.

올해 들여다본 중국 춘제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차를 함께 탈 수 있는 카풀서비스나 공유 차량 카풀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귀성길이 한결 편해졌다. 춘제 기간 중국 최대 공유차량업체 디디추싱의 카풀서비스인 순펑처의 이용객 수는 3300만 명에 달했다.

중국은 공유경제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국가 중 하나다. 자동차나 숙소뿐 아니라 자전거, 유모차, 휴대폰 충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공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2015년 글로벌 공유경제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33%에 달했다. 중국인터넷협회 보고서는 중국 공유경제가 향후 수년간 연간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경제의 시장 규모(매출)는 2016년 3조4500억위안(약 575조원)에 이른다.

《공유경제》는 중국의 3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의 마화텅 최고경영자(CEO)와 텐센트 연구원이 공유경제의 ‘A to Z’를 소개하는 책이다. 공유경제의 경제학적 개념부터 세계 각국의 실제 사례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공유경제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다.

저자는 공유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 네 가지로 ‘개인’과 ‘유휴(잉여)’ ‘네트워크’ ‘이익’을 꼽는다. 공유경제란 ‘대중이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타인과 자신의 유휴 자원을 공유하고 나아가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 현상’이라는 것이다.

세계적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와 숙박 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의 태동지인 미국이 공유경제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크고 작은 경제위기를 12차례나 경험한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회복을 위한 신규 일자리와 효율적인 생활방식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유경제는 ‘현룡재전’(見龍在田·뜻을 펼치려는 이가 때와 기회를 얻었음을 말하는 용어)으로 요약한다. 저자는 “각국의 다양한 경험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안에 모두 녹아 있다”며 “반대로 중국의 관점에서 세계 공유경제 시장을 보면 중국 시장이 얼마나 거대하고 변화무쌍한지 새삼 놀라게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공유경제 관리 감독이 전통산업 관리체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나 신용조회 시스템 등 보조수단이 불안정한 것을 단점으로 꼽았다.

한국은 늦은 출발에 비해 공유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평가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소유보다 공유’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83%에 이르는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2015년 기준)이 공유경제 발달의 촉매제가 됐다. 저자는 “이른 시일 내에 공유경제 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 등 정책적으로 이상적 환경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앞으로 도시 전체의 유휴 자원을 공유하는 ‘공유 도시’가 공유경제의 최종 모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차량과 숙박뿐 아니라 농업, 제조업, 전력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남는 것은 모두 공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