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낮다고 자포자기·민간요법에 의지… 췌담도암 '다학제 치료' 적극 활용해야
“췌담도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를 포기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찾는 각종 민간요법은 대부분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습니다. 대학병원 등에서 췌담도암을 치료하는 전문의 의견을 듣고 치료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박연호 길병원 외과 교수(사진)는 “췌담도암은 여러 진료과 의사가 모여 치료하는 다학제 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며 “치료 경험이 쌓인 의료진을 찾아 수술, 항암, 방사선 등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췌담도암은 췌장에 생기는 췌장암, 간부터 담즙이 분비되는 길인 담도를 따라 생기는 간내담도암, 간외담도암, 담낭암 등으로 나뉜다. 이들 장기의 위치가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려워 건강 검진으로 조기 진단을 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위암 유방암 대장암 등에 비해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이유다.

췌담도암은 치료를 위한 항암제가 개발되지 않아 암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수술뿐이다. 그러나 암이 많이 진행돼 다른 장기로까지 전이된 환자는 수술할 수 없다. 수술 가능한 환자가 10~20%에 불과하기 때문에 환자 생존율도 낮은 편이다. 2010~2014년 갑상샘암 생존율은 99.9%, 유방암 92%, 위암 74.4%, 대장암은 76.3%에 이르지만 담낭 및 담도암 생존율은 29.2%, 췌장암은 10.1%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수술 전후 항암제나 방사선 등 다른 치료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아 수술을 통한 절제율도 떨어진다”며 “암 재발이 다른 암에 비해 높은 것도 생존율이 낮은 원인”이라고 했다.

걸리면 죽는 암으로 인식해 진단 받으면 자포자기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길병원에서 10년간 수술받은 담도암 환자 생존율을 분석했더니 5년 생존율이 48% 정도였고 췌장암은 20.8%”라며 “절제 수술을 할 수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하고 수술을 못 하는 상황이더라도 치료를 받는 것이 치료하지 않고 지내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최근에는 췌담도암 조기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담관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기도 한다. 혈액검사 키트도 개발되고 있다. 수술 전 항암 방사선치료를 해 암이 다른 조직으로 침범하거나 림프절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시도도 이뤄진다. 박 교수는 “소화기내과에서 진단하고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외과에서 수술하고 수술 못하는 환자는 종양내과에서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하는 등 여러 과 의사들이 협진해야 효과가 높다”고 강조했다. 길병원은 이 같은 협진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 중 하나다. 올해 안에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포온콜로지에 췌담도암을 추가할 계획이다. 췌담도암도 인공지능 진료 시대가 열리게 된다. 15~20년 동안 췌담도암만 전문적으로 수술한 의료진이 근무하는 것도 이 병원의 강점이다.

췌담도암은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다. 다만 암이 진행되면 담즙이 나오는 길을 막아 황달이 생긴다. 박 교수는 “소변색이 콜라처럼 진해지거나 눈동자가 노랗게 변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며 “췌장암이 있으면 두세 달 사이 체중이 급격히 줄기도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증상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가족 중 췌담도암 환자가 있거나 담배를 피우면 췌담도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그는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서구화된 식생활을 지양하고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 등이 예방에 도움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