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조남주·베르베르·에코… 소설 열풍은 계속된다
지난해는 ‘소설의 해’였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으로 정서적으로 지친 시민들이 소설에서 안식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도서 판매량 중 소설 분야 점유율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10.1%를 기록했다. 소설책 판매액도 전년 대비 13.9% 늘었다.

올해도 문학장르가 작년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해 ‘최대 소설 판매량’을 기록한 조남주부터 관록의 작가 성석제, 한국인이 사랑하는 외국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까지 독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성작가 강세 이어질까

가장 먼저 여성작가의 강세가 이어질지 관심이다.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는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으로 페미니즘 화두를 던지며 ‘스타 작가’로 급부상한 조남주 작가의 신작이다. 조 작가는 올해 두 권의 소설을 펴낸다. 사회참여에 눈뜬 소녀, 이화여대 시위 학생, 워킹맘 등 다양한 연령대 여성의 삶을 다룬 단편집을 오는 6월께 출간한다. 10월엔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을 낼 예정이다.

은희경 소설가는 1970년대 여대 기숙사를 배경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의 열정과 낭만, 애정과 갈등을 다채롭게 담은 장편소설 빛의 과거를 발표한다. 하성란 작가는 8년 만에 장편소설 정오의 그림자를 올 상반기 내놓는다.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인간의 비밀과 진실의 민낯을 그린다. 왕성하게 소설을 쏟아내고 있는 김숙 작가 역시 상반기에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 이주사건을 모티브로 한국 역사 속 비극적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그린 소설 떠도는 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병모 작가는 올해도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소설을 내놓는다. 육아 문제로 여성이 겪는 부조리함을 녹여낸 소설을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쇼코의 미소로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최은영 작가도 신작을 낸다.

역사소설도 쏟아진다. 성석제 작가는 4년 만의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를 출간한다. 특유의 입담으로 무장해 왕과 의형제를 맺은 주인공이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험담을 풀어낸 작품이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윤흥길 작가는 20년 만에 대하소설 문신(전 5권)을 발표한다. 일제강점기 열강의 이권 다툼에 휩싸인 한반도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해외 문학도 풍성

해외 작품도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이르면 4월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버스데이 걸이 출간된다. 독일의 삽화작가 카트 멘시크와 협업한 단편소설 시리즈 중 최신작이다. 스무 살 생일을 맞은 소녀가 수수께끼의 노인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잠으로 건재함을 보여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고양이도 상반기에 발표된다. 인류 문명이 멸망한 이후 지식을 뽐내기 좋아하는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류 문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제0호(가제)도 상반기에 만날 수 있다. 창간을 앞둔 신문사가 화제가 될 만한 뉴스거리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그렸다.

허즈번드 시크릿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쓴 호주 출신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최면술사의 사랑도 다음달 초 출간된다. 스토킹을 당하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최면술사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이 밖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신작 빨간 머리 여인, 부커상 수상자인 줄리언 반스의 단 하나의 이야기(가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극찬하면서 화제에 오른 운명과 분노의 작가 로런 그로프의 신작 아르카디아 등 굵직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