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햄릿:얼라이브’.
오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햄릿:얼라이브’.
무대 뒤 기둥이 촘촘히 서 있고 그 뒤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빛은 무대 전체를 밝히는 동시에 무대에 진한 기둥 그림자를 드리워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둥 뒤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나오자 마치 미지의 세계에서 나오는 듯했다. 그가 무대 위 다른 인물에게 “난 지금 떠도는 유령이 됐다”고 말하자 정말로 무대가 이승이 아닌 곳처럼 보일 정도였다.

왕인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은 숙부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한 인물이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는 단검을 치켜들고 분노를 표현한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를 부른 뒤 그 단검을 무대의 정해진 위치에 내리 꽂았다. 단검이 무대에 꽂히는 순간 모든 조명이 꺼지는 가운데 단검 바로 위와 양옆에서만 직사광선이 뿜어져 나와 단검을 비췄다. 단검을 강조해 복수에 대한 집념을 표현한 장면이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햄릿:얼라이브’는 입체적이고 개성있는 조명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무대다. 이 공연은 지난해 11월23일 개막했으며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창작 초연작이다. 극의 줄거리는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그대로다. 숙부가 아버지인 선왕을 죽이고 왕위와 어머니를 빼앗자 선왕 아들인 햄릿이 숙부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주인공 햄릿 역으로는 최정상급 뮤지컬 스타 홍광호와 신예 고은성이 캐스팅됐다.

재치 있는 조명 활용이 돋보이는 장면은 이 외에도 많다. 햄릿이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방에서 대화하는 장면도 그렇다. 왕비인 어머니의 방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제작진은 보석 등 잡다한 소품을 가져다 놓는 대신 조명을 활용했다. 무대 한쪽에 옷장을 놓고 그 뒤에서 강한 빛을 쏴 옷장 자체가 발광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왕위에 대한 숙부의 집착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무대가 암전된 상태에서 숙부가 머리에 쓴 왕관에만 빛을 비춰 왕관이 홀로 빛나게 했다.

넘버는 대부분 솔로나 듀엣곡이다. 서양 가곡풍 노래가 많다. 춤추는 장면은 적지만 넘버가 역동적이어서 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배우의 복장은 극의 시대적 배경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살리는 쪽으로 디자인했다. 가죽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나오는가 하면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기도 한다. 다만 극의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이 너무 자주 나오다 보니 상대적으로 마지막 최고조 절정 장면의 임팩트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6만~13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