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차려입고 싶은 연말이다. 회식 자리, 파티에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가는 것도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크다.

여성들이야 드레스부터 입을 옷이 다양하지만 남성들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평소에 출퇴근용으로 입던 슈트를 입기엔 너무 밋밋하고, 턱시도를 장만하자니 입을 일도 적은 데다 너무 과하게 차려 입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럴 땐 평소 입고 싶었던 명품 슈트를 한 벌 장만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장인이 만든 고급 슈트는 원단과 봉제, 디자인 등이 남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빛나게 해준다.
[명품의 향기] 오바마의 정장… 한땀 한땀 장인들의 숨결이 스미다
◆이탈리아 장인들의 슈트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까날리(Canali)’는 1934년 시작한 장인 브랜드다. 모든 공정이 이탈리아에서 진행되고 오랜 기간 숙련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패턴과 소재, 스타일 등에 따라 차별화된 슈트를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때 까날리를 입었다. 최근 방한 때 입은 정장도 까날리 제품이었다. ‘오바마 정장’으로 불리는 까날리는 섬세한 디자인, 정교한 구조, 뛰어난 품질 등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첫 매장을 열었다.
[명품의 향기] 오바마의 정장… 한땀 한땀 장인들의 숨결이 스미다
까날리는 올가을·겨울 주제로 ‘리와인드’를 정했다. 브랜드 고유의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인 정신에 중점을 두고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전체적인 특징은 몸을 따라 흐르는 실루엣과 세분화된 패턴이 보여주는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꼽을 수 있다. 오버사이즈 외투류는 1960년대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고전미를 살렸다. 슈트는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과하지 않도록 절제미를 살린 것이 눈에 띈다.

까날리는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캐시미어, 울, 실크, 친칠라 등 최고급 원단을 사용하는 것도 오래 입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울 90%와 폴라마이드 10%를 섞어 만든 ‘마이크로 부클레 브라운 울 재킷’을 출시했다. 아스트라한(털가죽)과 비슷한 겉표면을 표현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강추위에도 입을 수 있도록 포근한 느낌의 부클레 재킷을 내놓은 것이다. 스웨터나 터틀넥에 잘 어울린다.

올겨울 주력 상품으로는 ‘케이 재킷’을 꼽을 수 있다. 입으면 자연스럽게 어깨 선이 흘러내리게 만든 재킷이다. 울, 실크, 캐시미어가 모두 들어간 소재로, 클래식한 감성과 까날리 특유의 절제미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또 초크로 선을 그은 듯한 스트라이프 슈트를 선보였다. 울 소재로 만든 이 슈트는 네이비 바탕에 그레이 스트라이프가 들어가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초크 선의 입체적인 느낌 때문에 다른 스트라이프보다 입체감이 느껴진다. 윈도 체크 슈트는 100% 울 소재로 만들었다. 은은한 그레이 멜란지 색이 특징이다. 중간 크기의 윈도 체크무늬가 단정한 느낌과 세련미를 느끼게 해준다.

◆수미주라 서비스도 인기

까날리는 맞춤 제작 서비스인 ‘수미주라(SU MISUR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랜 노하우가 있어야만 가능한 서비스다. 소비자들은 까날리를 위해 만들어진 500가지 이상의 최고급 원단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원단은 초경량 소재(180g 이하)를 비롯해 캐시미어, 실크, 비큐나 등 다양하다. 모두 이탈리아 비엘라 지역에서 생산된다. 소비자들은 슈트 원단뿐 아니라 다양한 색상으로 재킷 안쪽 원단도 고를 수 있다. 진주조개 단추, 뿔단추, 애나멜 단추 등으로 ‘나만의 재킷’을 완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킷 전체 원단을 말총심, 카멜 헤어 등 천연 소재로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원단을 고르면 재단사들은 천 위에 초크로 주머니, 칼라 등의 위치를 표시한다. 장인들이 손으로 모양을 잡으면서 정교하게 재단한다. 어깨 헤드와 진동 둘레의 가장자리 등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을 바이어스 테이프로 마감한다. 이렇게 하면 천이 몸의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접히면서 실루엣이 살아난다.

[명품의 향기] 오바마의 정장… 한땀 한땀 장인들의 숨결이 스미다
까날리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인 한섬의 자회사 현대G&F가 2015년부터 국내에 수입·판매하고 있다. 현대G&F 관계자는 “멋을 낸 듯 안 낸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선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슈트가 좋다”며 “원단과 실루엣, 단추 같은 디테일 등이 남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명품 슈트는 연말 파티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