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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이 자체 소장한 국내 대표 화가 7명의 그림을 선보이는 ‘불후의 명작’ 기획전을 지난 8일부터 열고 있다. 참여 작가는 김기창,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천경자 등이다. 전시 작품 수는 모두 50여점이며 기간은 내년 6월10일까지(예정)다. 서울미술관은 “소장품 중 한국 근현대 거장 7명을 대표하는 작품을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천 화백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년작·사진), 김환기 화백의 ‘산’(1958년작), 김기창 화백의 ‘만종’(1967년작) 등이 최초 공개된다. 천 화백의 작품에서는 나체를 한 여자가 아프리카 초원 위의 코끼리 등에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있다. 멍하니 누워있는 등 공개됐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서울미술관 관계자는 “천 화백의 인생 속 아픔과 고난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환기 화백의 ‘산’은 그의 독특하고 고혹적인 푸른 색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동양적인 감성의 산을 서양식으로 추상화해 그린 작품으로서 동서양의 조화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김환기 화백 특유의 점화 형식 작업은 이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유 화백의 ‘산’은 과감하면서도 치밀한 그의 원색 사용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비되는 원색을 가깝게 칠했지만 촌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 10점 연작 ‘예수의 생애’가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예수가 아닌,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동양인의 모습으로 예수를 그렸다. 마굿간에서 태어난 예수가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죽음을 맞은 뒤 부활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서울미술관 관계자는 “김기창 화백이 이미 60여년 전에 황인종 예수를 그린 건 세계 어느 미술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선구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