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수 그랜드하얏트 페이스트리 셰프가 신메뉴를 개발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음악 고르기’다. 음악을 듣다 보면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장르는 클래식, 가요, 팝 등 가리지 않는다. 하 셰프는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메뉴를 짤 때는 주로 캐럴을 듣는데 올해는 호주 가수 시아(sia)의 ‘스노우맨’을 듣다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생각해 냈다”며 “음악에 리듬이 있듯이 메뉴도 리듬을 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선 지난 39년간 외국인 셰프들이 페이스트리를 담당했다. 한국인이 페이스트리 셰프가 된 건 하 셰프가 처음이다.
[호텔의 향기] 39년 만에 첫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 액운 털어내는 '깨먹는 케이크' 선보여
시아의 실험적인 음악처럼 하 셰프도 이색적인 케이크를 만들었다. 이글루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모양으로 케이크를 디자인해 망치로 부숴 먹도록 고안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연말에 한 해 동안 있었던 나쁜 일을 모두 쫓아버린다는 의미에서 와인잔이나 유리잔을 부숴버리는 전통이 있다”며 “한 해 있었던 액운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깨먹는 케이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사람에 따라 장벽을 부숴버리거나 유리천장을 깨버린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 셰프를 페이스트리 셰프의 길로 이끈 건 노래와 건담이다. 그는 “음악을 좋아해서 고등학생 때는 성악가가 되려고 했다”고 했다. 음악만큼 좋아하는 게 프라모델 등의 조립.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하며 밤을 새울 때가 많았다. 어릴 때부터 프라모델과 레고를 조립하며 창의성을 키웠다. 하 셰프는 “그래서인지 내 케이크 중엔 조립하듯 만드는 디자인이 많다”며 “형태가 없는 밀가루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하 셰프는 “맛은 기본이고 새로운 경험이 있어야 한다”며 “어릴 때 내 케이크를 먹어본 손님이 어른이 돼서 그 추억을 떠올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메뉴를 여럿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재료를 유리병에 담아놓으면 집에서 물만 타서 빵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하형수 셰프의 티라미수…간단 레시피

[호텔의 향기] 39년 만에 첫 한국인 페이스트리 셰프… 액운 털어내는 '깨먹는 케이크' 선보여
하형수 셰프가 “카페에서만 사 먹던 티라미수를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며 이탈리안 티라미수 크림 레시피를 소개했다. 하 셰프는 “크림만 제대로 만들면 호텔 못지않게 맛있다”고 말했다.

홈메이드 티라미수 재료

●마스카르포네 치즈 500g ●달걀노른자 100g(달걀 5개 분리)

●설탕 100g ●생크림 250g ●이탈리안 쿠키(바닐라 쿠키) ●코코아 파우더 ●커피 시럽(에스프레소 7샷+설탕 시럽 100g)

**티라미수 만들기

달걀노른자와 설탕을 60도 정도 물에서 중탕하면서 5분 정도 전동 거품기로 저어준다. 부피가 두 배로 증가할 때까지 젓는다. 여기에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잘 섞어준다. 이후 생크림 250g을 거품낸 뒤 넣어 섞으면 티라미수 크림이 된다. 이탈리안 쿠키에 커피 시럽을 충분히 발라 유리컵에 넣는다.

티라미수 크림을 쿠키 위에 숟가락으로 얹으면 된다. 냉장고에 두 시간 보관한 뒤 크림 위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준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