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을 찾은 관람객이 오는 26일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제23회 홍콩경매에 출품될 김환기 화백의 ‘모닝스타(145.2㎝×145.5㎝)’를 감상하고 있다.
서울옥션을 찾은 관람객이 오는 26일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제23회 홍콩경매에 출품될 김환기 화백의 ‘모닝스타(145.2㎝×145.5㎝)’를 감상하고 있다.
1930년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추상회화를 모색한 김환기(1913~1974)는 해방 이후 백자 달항아리, 매화, 여인 등 한국 전통 소재를 활용해 우리 고유의 미학을 반추상 형태로 화폭에 수놓았다. 1960년대 중반 그는 미국 뉴욕에서 추상미술에 본격적으로 눈을 떴고 인생 역작인 ‘점화’를 쏟아냈다. 청색에서 시작해 검은색, 황금색, 청록색 등 다양한 색감으로 진화한 그의 점화는 40억~60원대까지 치솟으며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1~6위를 휩쓸었다.

이우환 화백의 ‘바람과 함께’.
이우환 화백의 ‘바람과 함께’.
김환기의 반추상화를 비롯해 이우환·정상화·박서보의 단색화, 일본 구사마 야요이와 무라카미 다카시의 팝아트, 프랑스 마르크 샤갈 작품 등 국내외 고가 미술품 100점이 홍콩 경매시장에 쏟아진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오는 26일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여는 제23회 홍콩 경매를 통해서다. 전체 출품작 추정가는 적어도 240억원에 이른다. 지난 5월 경매 당시 출품작(87점)과 추정가(182억원)가 다소 늘었다.

◆김환기의 대형 반추상화 눈길

서울옥션은 해외 컬렉터들이 흥분할 만한 김환기 추상화와 단색화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식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1964년 작 청색조 반추상화 ‘모닝스타’. 전면 점화로 상징되는 대작들을 선보이기 전에 내보인 김환기의 관념적인 추상화의 효시작이다. 가로 145.2㎝, 세로 145.5㎝ 크기의 대형 화면에 푸른색을 기조로 정돈된 구성과 자연 소재를 배열했다. 서울옥션은 “김환기가 홍콩에서 선보이는 첫 작품”이라며 “경매 시작가는 30억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모노하(物派: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공간과 관계성을 탐구)’ 운동을 주도한 이우환의 작품도 네 점 출품됐다. 자유롭고 거침없는 붓 터치를 보이는 ‘바람과 함께(With Winds)’는 추정가 10억~15억원에 나와 ‘바람’ 시리즈의 최고가에 도전한다. 이우환의 ‘바람’ 연작 작품 중 경매 최고가 기록은 지난 3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7억원에 낙찰된 ‘바람과 함께’가 보유하고 있다.

윤형근의 ‘무제93-5’(8500만~1억2000만원), 하종현의 ‘워크72-A’(12억~2억2000만원), 정상화의 ‘무제-05-12-3’(2억~3억원), 박서보의 ‘묘법No 12-79-81’(4억5000만~7억원) 등 단색화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에 오른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단색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도 가세했다. 물과 빛, 색의 침전을 이용해 독창적인 색을 만들어내는 김택상, 회화의 평면성을 지키면서도 캔버스 프레임의 변형을 꾀하는 이인현, 다양한 재료를 실험해 작업하는 장승택 작품이 눈길을 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판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판다’.
◆최고 40억원 다카시의 조각

해외 유명 화가의 작품도 골고루 내놨다. ‘일본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를 이용해 만든 조각 ‘판다’는 추정가 29억~40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같은 시리즈의 3개 작품 중 작가가 개입한 부분이 가장 많다는 게 서울옥션 측의 설명이다.

삶의 희망에 대한 욕구를 ‘땡땡이 무늬’로 형상화한 구사마 야요이의 2011년 작 ‘호박’은 추정가 29억~36억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그물망을 배경으로 노란색 물방울무늬가 알알이 박혀 있는 노란 호박에 빨간 꼭지가 돋보인다.

‘색채의 마법사’ 샤갈의 작품 ‘푸른 기억’도 나온다. 파리의 도심 위를 날면서 현실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가고 있는 듯한 신랑과 신부의 모습을 초현실적 미감으로 되살려냈다. 경매 추정가는 11억5000만~17억원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지 미술 애호가들이 홍콩에서 열리는 경매와 아트페어를 통해 미술품을 거래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연간 2조~3조원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홍콩 경매에서 국내 작가는 물론 해외 유명작가들의 미술사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품작은 24~26일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호텔(메자닌살롱)에서 미리 만날 수 있다. (02)395-033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