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7일은 세계 췌장암의 날이다. 췌장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질환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췌장암은 위암 간암 대장암 다음으로 많은 소화기암이지만 5년 생존율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정복되지 않았다. 몸 속 여러 곳으로 전이된 말기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7%에 불과하다.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췌장암 위험이 높아진다. 췌장암과 함께 담도암과 담낭암도 생존율이 낮은 암으로 꼽힌다. 이들 질환의 예방법과 치료법, 증상 등을 알아봤다.
생존율 10% 췌장암, 술·담배가 원인…가족력 없는데 당뇨 생겼다면 의심
◆몸속 깊은 곳에 있는 췌장

췌장은 이자로도 불린다.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 중 하나다. 성인 췌장의 무게는 80g, 길이는 12~20㎝ 정도다. 커다란 혀가 배 안에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형태다. 췌장의 머리 부분은 십이지장에 둘러싸여 있다. 췌장은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효소를 분비하고 혈액 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나 글루카곤 등 호르몬을 만든다.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주된 원인은 담석과 술이다. 담석은 담낭(쓸개)에 저장된 담즙이 돌조각처럼 단단히 굳어지는 것이다. 담석이 췌장으로 이동해 췌도를 막아 염증이 생기면 췌장염으로 이어진다. 급성 췌장염이 생기면 극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다.

종종 급성 췌장염이 중증 췌장염으로 진행해 췌장액이 찬 물주머니가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췌장이 괴사하는 일도 있다. 이들 합병증이 생기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만성 췌장염 환자의 80%는 술 때문에 생긴다. 술을 마시면 췌장액 속 단백질량이 많아지고 끈적끈적하게 바뀐다. 췌장세포가 위축되고 췌장이 딱딱하게 변한다.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만성 설사, 기름 낀 변을 보고 당뇨병이 생긴다. 무기력증도 호소한다.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악화돼 체중이 갑자기 줄고 황달 증상도 나타난다. 장재혁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교수는 “과음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담석 예방을 위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 정상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조기발견 어려운 췌장암

췌장암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면 독성 물질이 소화기에 영향을 줘 췌장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자의 췌장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2~5배 높다. 당뇨, 만성 췌장염, 비만도 췌장암 원인이다. 가족 중 당뇨 환자가 없는데도 갑자기 당뇨가 생겼다면 췌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췌장암이 생기면 복통, 체중 감소, 황달, 피로감 등을 호소한다. 이들 증상이 오래 이어지면 암을 의심해야 한다. 몸 안쪽부터 등쪽으로 뻐근한 느낌이 퍼진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다.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담도(간에서 분비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경로)가 막혀 황달이 생긴다. 암 초기에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췌장암은 10~20% 정도다. 암의 위치와 진행 정도에 따라 췌십이지장을 절제하는 등의 수술을 한다. 전체 환자의 70% 정도인 3기와 4기에는 수술로 치료하기 어렵다. 항암제를 활용한 치료를 한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해도 완치하기 어려워 조기 발견해야 한다.

조기 발견을 위해 당뇨병, 비만, 만성췌장염 환자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췌장암 예방을 위해 금연은 필수다. 췌장암 환자 3분의 1 정도가 흡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고지방, 고칼로리 식사를 줄여 비만을 막아야 한다. 과일 채소 등을 많이 먹어야 한다. 운동도 필수다.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도 췌장암 위험요인이다. 직업 특성상 휘발유나 관련 물질, 살충제(DDT) 등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이라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담도암 생기면 체중 감소·황달 증상도

췌장 앞쪽에 있는 담도·담낭암도 생존율이 낮은 암이다. 암이 많이 진행된 뒤 발견되는 환자가 많다. 담낭암 위험인자로는 담석, 만성 담낭염, 담낭 석회화, 장티푸스균, 화학물질 등이 꼽힌다. 담도암은 담도 정체나 만성 염증, 만성 감염 등이 있을 때 많이 생긴다. 기생충 때문에 간흡충증이 생기거나 고무나 자동차 공장에 근무하는 것도 담도암 위험을 높인다. 이들 암도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 간 기능 수치가 이상해 담낭절제 수술을 받은 뒤 담낭암으로 진단되는 환자도 많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담도·담낭암이 있으면 체중 감소, 피로감,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오른쪽 윗배나 명치 아랫부분에 통증을 호소하거나 십이지장, 대장이 막히는 환자도 있다. 암이 진행되면 담도를 막아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 이때 황달이 생긴다. 박민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담도와 췌장은 몸 깊숙한 곳에 있어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황달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일반검사에서도 발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담도·담낭암은 복부초음파,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복부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진단한다. 점막이나 근육층에 생긴 조기 담낭암은 내시경 초음파 검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질환을 완치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이다. 하지만 담낭암 환자의 10~30%, 담도암 환자의 40~50%만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암이 담도 주위로 퍼졌거나 전이된 환자는 담즙이 순환되게 한 뒤 항암제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최근에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으로 암세포를 줄인 뒤 수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생존율 10% 췌장암, 술·담배가 원인…가족력 없는데 당뇨 생겼다면 의심
담낭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를 넘지 않는다. 담도암도 생존율이 30%에 불과하다. 이들 질환 위험요인을 피하면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간흡충증 예방을 위해 익히지 않은 민물고기 섭취는 피해야 한다. 간흡충에 감염됐다면 바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담석증, 담낭 석회화 등이 있으면 치료받아야 한다. 담낭 용종, 궤양성 대장염 등이 있는 사람도 정기적으로 암이 생기지 않았는지 검사받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장재혁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교수, 박민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