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침묵의 봄' 작가, 바다의 삶을 쓰다
미국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고(故) 레이첼 카슨을 세계적 저자 반열에 올려놓은 건 《침묵의 봄》이다.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살충제, 특히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의 위험성을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카슨은 이 책을 통해 농약 남용으로 새 먹이인 곤충이 사라지면서 봄이 와도 새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침묵의 봄》의 그늘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카슨의 첫 저서는 바다 생명체를 다룬 책이다. 그는 바다 생물을 세심하게 관찰해 집필한 소위 ‘바다 3부작’을 연달아 출간했다. 신간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3부작 중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1936년 카슨이 미국 어업국으로부터 해양 생물에 관한 라디오 소식지 서문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원고는 브로슈어에 실리는 대신 1937년 ‘애틀랜틱 먼슬리’라는 문예잡지에 ‘해저’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카슨은 “나의 모든 글은 이 4쪽짜리 기사로부터 출발했다”고 회고했다.

이 책은 해안과 해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다. 1부 ‘바다의 가장자리’에서는 북극 툰드라지방에 사는 바닷새의 여름 영웅담에 관한 이야기를, 2부 ‘갈매기의 길’에서는 넓은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고등어와 플랑크톤 무리의 우여곡절을, 3부 ‘강과 바다’에서는 바다의 심연을 헤엄치는 뱀장어의 일생을 다룬다.

카슨은 이 책을 소개하며 “(바다와 바다의 생명은) 인간이 바닷가에 나타나 경이에 가득한 눈으로 대양을 바라보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바다의 생명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깊은 확신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248쪽, 1만5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