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가을이 달려왔다. 한반도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리 내려왔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6.1도로 최근 30년간의 평균치인 20.8도보다 4.7도 낮았다. 은평 관측소의 수은주는 13.0도까지 내려갔다. 8월30일 기준으로는 서울의 아침 기온이 1908년(14.8도)과 1972년(15.8도)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김성묵 기상청 통보관은 “평년 기온으로 따지면 9월25~26일께 수준으로 기온이 낮았다”며 “가을이 한 달가량 빨리 찾아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건 서울뿐만이 아니었다. 대전 16.0도, 인천 16.5도, 광주 18.2도 등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저기온이 평년 수준을 밑돌았다. 한반도 북쪽에서 남하한 찬 공기가 지난 25일께 중부지방을 거쳐 남부지방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른 가을의 원인은 한반도 상공의 제트기류 영향이 크다. 제트기류는 지구 자전에 따라 중위도 7~12㎞ 상공에서 서에서 동으로 부는 편서풍이다. 이 제트기류가 한반도 남쪽으로 크게 치우쳐 흐르면서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더 빠르게 내려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반도 남쪽의 따뜻한 북태평양고기압까지 수축하면서 찬 공기가 수월하게 남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가을 내내 평년보다 기온이 낮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음달 초반에는 평균기온이 평년(20.5도)보다 약간 낮겠지만 후반에는 평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10, 11월에는 평년 기온인 14.3도와 7.6도 수준이거나 약간 높을 전망이다. 강수량은 9~10월엔 평년(9월 162.8㎜, 10월 50.2㎜)과 비슷하고 11월엔 평년(46.7㎜)보다 적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당분간은 전국적으로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산둥반도 부근에 자리잡은 고기압 때문이다. 고기압은 하강기류를 만들면서 대기 중의 구름을 분산시킨다. 대기가 안정돼 날씨가 맑고 쾌청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침과 저녁에는 지표면의 기온이 급격히 내려갔다가 낮에는 햇빛의 영향으로 뜨거워져 일교차가 클 수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