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詩)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는 한국 시 문단의 과거 자조가 무색할 정도로 최근 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커버스토리] 시…SNS세대가 되살리다
21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교보문고의 시집 판매량은 23만9000권으로 전년 동기(18만8000권)보다 27.1%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시집 판매량(40만4000권)이 전년도(29만7000권)보다 36% 늘어난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흔치 않던 증쇄를 거듭하는 시집이 최근 늘고 있다. 황인찬, 박준, 오은 시인 등 다양한 젊은 시인의 시집은 1만 부 이상 팔리며 사랑받고 있다.

공원이나 카페, 작은 서점에서 시인들이 직접 시를 읊는 시 낭송회가 연일 열린다. 젊은 시인을 아이돌처럼 따르는 팬덤 문화도 생겨났다. 오직 시집만 판매하는 동네 서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계기가 됐다고 분석한다. 비교적 단문인 시와 한정된 공간에 사진이나 짧은 글만 공유하는 SNS의 특성이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공동대표는 “SNS에 시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어렵게 느끼던 시를 친숙하게 여기며 ‘시를 읽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시인은 “‘헬조선 논쟁’이 가열될 정도로 고단해진 사회에서 시를 통해 위로받으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