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퇴근 후 칵테일 한잔으로 힐링…"여기 참 편하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칵테일 바로 향한다. 단골 바텐더 앞에 앉아 정장 재킷을 벗은 뒤 말한다. “늘 마시던 걸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이 라운지&바를 재개장했다. 원래 ‘써클(circle)’이라는 바를 운영하다 작년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간 뒤 인테리어와 메뉴를 새롭게 바꿨다. 김대욱 바텐더가 이곳의 콘셉트와 메뉴를 정했다. 외국인 투숙객과 광화문 인근 직장인 수요를 겨냥했다고 했다.

메뉴는 기본에 충실하게 개편했다. 화려하고 단맛이 강한 크래프트 스타일 칵테일에서 벗어나 술이 지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초창기 칵테일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인 ‘클래식 드라이 마티니’가 대표적이다. 마티니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다. 국내 칵테일 바 중 처음으로 액화질소를 활용해 맛을 냈다. 마티니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산뜻하고 쌉쌀한 맛의 특징이 사라지기 때문에 온도 조절이 관건이다. 따라서 공기를 일정한 압력으로 압축해 영하 196도까지 떨어뜨리는 액화질소를 활용했다. 순간적으로 온도를 낮춤으로써 마티니의 온도를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질소 기체가 칵테일 잔 주변을 맴돌면서 김이 나는 장면이 보는 재미도 더해준다.
[여행의 향기] 퇴근 후 칵테일 한잔으로 힐링…"여기 참 편하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안주류 역시 클래식 칵테일의 본질을 흐리지 않도록 담백하고 단순한 음식으로 준비했다. 김 바텐더는 “‘클래식 드라이 마티니’는 만들기 까다로운 칵테일 중 하나로 단골에게만 몰래 선보이는 ‘시크릿 칵테일’이었는데 입소문이 나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정식 메뉴로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마티니와 다르게 액화질소를 사용해 마티니 제조에 가장 중요한 차가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그가 인도 여행 중 마신 차이티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칵테일 ‘왈라 차이’, 한국 소맥(소주+맥주)을 칵테일로 만든 ‘조선 하이볼’ 등 메뉴도 추천했다.

[여행의 향기] 퇴근 후 칵테일 한잔으로 힐링…"여기 참 편하다"
내부 인테리어는 동양의 색채를 더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조선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환구단이 보이도록 통유리창 앞에 바 좌석을 길게 들였다. 바가 아닌 테이블 좌석에서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텐더가 움직이는 미니 바인 ‘무빙 바’를 끌고와 칵테일을 제조해준다. 그는 미국 여행을 하던 도중 어느 바에서 노신사 바텐더가 이렇게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것을 보고 착안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테이블에서 칵테일을 주문하면 칵테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며 “앞으로는 무빙바에 칵테일 재료를 싣고 테이블에 찾아가 칵테일의 유래와 특징, 맛있게 마시는 법 등을 설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라운지&바는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에서 일상 속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힐링 스페이스가 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