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문화예술 사업 다수가 올해 국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블랙리스트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가 그간 왜곡된 지원사업 바로잡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2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의 ‘2017년도 문예진흥기금 정시 공모 지원심의 결과 발표’에 따르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서울연극제가 올해 ‘지역 대표 공연예술제’로 선정돼 각각 1억6000만원과 9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문예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문예진흥기금의 운영·집행 등을 맡고 있다. 두 사업은 블랙리스트와 연관돼 최근 1~2년간 지원금이 삭감 또는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이 때문에 올해 행사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했지만 이번 국비 지원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콩쿠르를 주관하는 통영국제음악재단 관계자는 “경상남도가 지원금 삭감 이유로 국비 삭감 등을 얘기해왔는데, 이번에 국비를 지원받게 됐으니 도 추경 예산에도 편성되도록 노력할 수 있게 됐다”며 “콩쿠르는 무리 없이 치러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년 1억원 안팎이었던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지원금은 2014년 5000만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전액 삭감됐다. 윤이상평화재단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원 중단의 원인이 이념 논란에 휘말려온 윤이상의 행적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연극제를 운영하는 서울연극협회도 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로 인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단체다. 하지만 올해 지역대표 공연예술제 연극·뮤지컬 부문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2017~2018년 상반기 공연장 대관 공모사업’의 지원 대상으로도 선정돼 올해와 내년 열리는 서울연극제를 위해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대극장을 빌릴 수 있게 됐다. 1977년부터 꾸준히 공연장 대관 지원을 받아온 서울연극제는 2015년 사상 처음으로 대관 공모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에도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심사위원 구성부터 공정성에 더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