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보로딘 '교향곡 2번'
알렉산드르 보로딘(1833~1887)은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한 사람이다. 이들은 모두 취미로 작곡을 시작했는데, 화학자였던 보로딘은 죽을 때까지 휴일에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사후 반세기가 지나서 소비에트 당국이 그의 발견 중 하나를 ‘보로딘 반응’이라 명명했을 정도로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였기 때문이다. 대표작에 속하는 교향곡 2번은 위대한 아마추어 솜씨답게 여느 나라 작곡가의 교향곡과는 확연히 다른 개성 덕분에 듣는 묘미가 있다. 1악장은 당당함 속에 야성미가 살아있고, 2악장은 어디서도 듣기 힘든 독특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3악장은 조금 지루한 듯싶지만 유유자적하고, 4악장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영웅주의가 들려오는 듯하다. 개성의 시대에 좀 더 높이 재평가됐으면 싶은 곡이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