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손도장 찍힌 족자, 겸재·단원 산수화 등 경매
안중근 의사(1879~1910)의 글씨와 손도장이 찍힌 족자(사진)를 비롯해 겸재 정선의 ‘고사인물도’, 단원 김홍도의 ‘서호방학도’, 백범 김구의 휘호 ‘아위인인(我爲人人)’, 삼국지연의도(三國志演義圖), 고산자 김정호의 목판본 대동여지도 등 희귀한 고미술품이 대거 경매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이 오는 27일, 28일 잇달아 여는 가을 메이저 경매를 통해서다. 두 경매회사는 최근 들어 조상들의 멋과 지혜가 담긴 고서화나 도자기 등 고미술품의 평균 낙찰률이 80%까지 육박하며 일반인의 관심을 끌자 소장가들이 위탁한 작품 121점(서울옥션 59점, K옥션 62점)을 간추려 경매에 올렸다.

27일 오후 4시 서울 평창동 옥션하우스에서 경매를 하는 서울옥션은 전략 상품으로 겸재 정선의 ‘고사인물도’를 내걸었다. 추정가 8000만~2억원에 나온 이 작품은 미술품 애호가이자 서예가인 소전 손재형의 제(題)가 있고 송은 이병직이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도의 ‘서호방학도’는 추정가 1억5000만~3억원에 나왔다. 일제강점기 열린 ‘경성구락부 미술 경매-부내 박창훈 박사 소장품 매립전’에 출품된 이 작품은 일본인에게 팔린 것을 국내 소장자가 다시 구입해 국내로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인다. 15~16세기 초에 제작된 작자미상의 ‘조어도’(4000만~1억원), 한글의 변모를 알 수 있는 ‘월인석보 권21’(추정가 2500만~1억원), 고려시대 ‘청자상감국화어문합’(3500만~6000만원)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한다. 출품작은 14~19일 강남점, 22~26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만날 수 있다. (02)395-0330

28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경매장에서 가을 경매를 여는 K옥션은 안중근 의사의 글씨와 손도장이 찍힌 족자(추정가 2억8000만~5억원)를 고미술품 주력 상품으로 내놓았다. 족자에는 명심보감 훈자편에 나오는 ‘黃金百萬兩 不如一敎子(황금백만냥 불여일교자: 금 백만냥도 자식 하나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글씨 왼쪽으로 서명과 약지가 잘린 왼손 손도장(장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안중근기념관에도 사본이 걸려있는 이 행서족자의 진품이 국내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옥션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수감된 뤼순감옥 경수계장이 갖고 있던 것으로, 일본인 소장자의 손을 거쳐 이번 경매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화가 개봉하면서 관심을 끄는 고산자 김정호의 목판본 대동여지도도 경매에 부친다. 전체 지도를 22첩으로 나눠 병풍처럼 펴고 접을 수 있으며 1861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K옥션 측 설명이다. 8폭 병풍 삼국지연의도도 추정가 7억5000만~12억원에 경매된다. 추석 연휴를 시작하는 14일부터 경매 당일까지 본사 전시장에 전시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02)3479-88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