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공주 혼수품 목록만 5.5m
단쵸(단추), 다회(장식끈), 골모(골무), 소(빗), 쇄약(자물쇠), 천니경(망원경)…. 조선의 마지막 공주였던 덕온공주가 1837년 열여섯 나이로 결혼할 때 가져간 혼수품 목록이다. 길이 5.5m의 분홍색 종이에 200여개의 물품 이름이 적혀 있다.

순조 임금의 왕비인 순원왕후가 막내딸 덕온공주(1822~1844)의 결혼 때 챙겨준 혼수품 목록을 적어놓은 발기(사진)다. 장신구, 바느질 도구 등 살림살이는 물론 당시 신기한 물건으로 여겨지던 망원경 등 신문물도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덕온공주와 관련한 한글 자료 29건 41점을 전시하는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덕온공주 한글 자료’ 기획특별전을 13일 시작한다. 덕온공주에겐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배우 박보검이 연기하는 효명세자를 비롯해 명온공주 복온공주 등 세 오빠 언니가 있었으나 모두 덕온공주의 결혼 전에 죽었다. 아버지 순조도 일찍 세상을 떠났다. 덕온공주 혼수품 발기는 당시 국가에서 ‘공주의 결혼에는 이런 게 있어야 한다’고 정한 내용과 상당히 달라 순원왕후가 사비로 챙겨준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남은 딸에 대한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혼 뒤 순원왕후가 사위나 덕온공주에게 보낸 편지도 전시된다. 양반집 자제와 결혼한 덕온공주는 궁궐 밖으로 나가서 살아야 했다. 순원왕후도 딸을 자주 볼 수 없었다. 덕온공주가 낳은 첫째 아이가 시름시름 앓자 순원왕후는 편지를 보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전시 1부 ‘1837년 덕온공주의 혼례’에서는 혼수품 발기가, 2부 ‘덕온공주의 혼인 생활’에서는 순원왕후가 공주와 사위에게 보낸 한글 편지가 중점적으로 소개된다. 당시 관습에 따라 딸에게 직접 편지를 부친 건 두 건뿐이다. 대부분 사위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딸과 소통했다.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은 대부분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며 “덕온공주의 혼수품 발기는 조선시대 공주 혼수품 발기 중 유일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18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없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