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은퇴한 남편과 잘 지내는 팁?…일단 TV부터 한 대 더 사라
6·25전쟁이 끝난 뒤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생활 은퇴 시기와 맞물려 등장한 ‘황혼이혼’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2300여건이던 황혼이혼은 2014년 3만3000여건으로 늘었다. 남편은 퇴직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고, 아내 역시 갑작스러운 생활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이유다.

《은퇴남편 기 살리기》는 남편의 퇴직을 겪은 부부가 새로운 생활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담았다. 원제는 ‘은퇴남편과 함께 살기’. 서혜경 한림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와 김영규 한국노인의전화 이사가 원서를 번역하고 다양한 국내 사례를 더해 재구성했다.

저자에 따르면 은퇴는 인생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크게 주는 사건 중 하나다. 특히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하며 자아실현을 해온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퇴직 후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며 자괴감에 빠지는 이도 있다”며 “‘근로 자아’가 갑자기 멈춰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것은 남편만이 아니다. 남편의 은퇴 이후 부인은 세 가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기 쉽다. 분노, 두려움, 함정에 빠졌다는 느낌이다. 전업주부는 지금까지 가꿔놓은 생활방식에 남편이 끼어들었다고 여긴다. 한가해진 남편이 집안일에 잔소리를 늘어놓기 일쑤지만 정작 가사를 잘 돕지 않아서다. 아내가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경우 피곤한 채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의 정신적 도움 요청에 좌절을 느낀다. 일과 남편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도 생긴다.

이처럼 긴장 상태에 놓인 부부가 ‘인생 2막’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부인이 능동적으로 생활방식을 바꿔 남편의 은퇴를 ‘플러스 시대’의 개막이 되게 하라”고 강조한다. 남편과 가사를 분담하고, 취미생활을 서로 지원하는 식으로 새로운 생활을 가꿔나가라는 얘기다. TV를 한 대 더 사서 부부가 각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하고, 외출할 땐 서로 귀가 시간을 말해주는 등 사소한 노력도 도움이 된다.

부부가 서로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결혼 생활에서 처음으로 부부가 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은퇴 전에는 무시해온 결점이 강하게 부각된다”며 “서로 배려하고 헌신하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남편과 아내 모두 자기를 위한 시간을 내는 등 나름의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