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최수정 '꽃의 초상'
꽃이 그림 같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을 찍은 사진이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묻어 나온다. 사진가 최수정이 19세기에 쓰던 검프린트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 방법은 복잡하다. 우선 종이에 유제(乳劑)와 물감을 섞어 바르고 말린다. 그리고 그 위에 필름을 올리고 자외선을 비춘 뒤 물로 씻어낸다. 컬러 사진을 얻으려면 그런 과정을 네 차례 이상 반복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작업 도중에 생기는 미세한 손길의 차이도 사진에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그저 꽃을 찍은 사진이 아니다. 꽃을 통해 작가의 마음이 젖어들어가 있는 ‘꽃의 초상’이다. (루시다 사진갤러리 30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