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1830)은 낭만주의 음악을 얘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역사적 명곡이다. 여기서 베를리오즈가 의미한 ‘환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고 대단히 괴기스럽다. 한 예술가가 실연에 낙담해 아편을 들이마시고 자살을 기도한다. 다행히 죽지는 않지만 무시무시한 환각을 체험한다.

예술가란 베를리오즈 자신이며, 실연을 안긴 상대는 연상의 영국인 셰익스피어 배우 해리엇 스미슨이었다. 마지막 두 악장이 압권인데, 4악장은 여자를 죽인 젊은이가 단두대로 향하는 행진곡이고, 5악장은 처형된 젊은이가 마녀들의 그로테스크한 밤 잔치에 간 장면이다. 음악이 선량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환상 교향곡’은 전혀 그렇지 못한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베를리오즈는 이 곡을 통해 스스로를 극복하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남을 수 있었다. 이런 것도 예술의 힘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