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새 희망의 태양이 떠올랐다. 1월은 무언가를 시작하는 달이다. 쪽빛 바다와 나란히 걷는 트레킹코스를 걸으며 한 해를 계획해도 좋고, 해남 도솔암에서 사색에 잠기거나 한강 발원지인 태백의 검룡소에서 삶의 근원을 생각해 봐도 좋다. 원거리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무의도 호룡계곡이나 솔향기 그윽한 태안 만대항으로 떠나보자. 가볍게 떠나서 아름다운 희망을 안고 돌아오자.
                                                                      경북 영덕 창포말등대의 해돋이
경북 영덕 창포말등대의 해돋이
영덕 블루로드, 쪽빛 바다와 나란히 걷는 명품 트레킹 코스

경북 영덕군 강구면에 있는 영덕 블루로드는 짙푸른 동해의 희망찬 기운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부산에서 강원 고성에 이르는 688㎞의 해파랑길 가운데 영덕 구간이 블루로드다. 영덕의 가장 남쪽인 대게누리공원에서 강구항,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까지 도보여행을 위한 약 64.6㎞의 해안길이다. 산길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바다를 끼고 걷도록 조성돼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다.

블루로드 4개 코스 가운데 풍광이 빼어난 곳이 ‘푸른대게의 길’(B코스)이다. 총 5시간 정도 걸리는데 완주가 힘들다면 30분~1시간 정도라도 걸어보면 좋겠다.한창 제철을 맞은 영덕 대게의 집산지 강구항, 물가자미가 맛있는 축산항, 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풍력발전단지, 일출 명소이자 창포말등대가 인상적인 해맞이공원, 축산항을 굽어보는 죽도산전망대, 초록빛 현수교가 보기 좋은 블루로드다리 등 블루로드 곳곳에 볼거리가 포진하고 있다.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5
                                                                                         강원 태백의 검룡소
강원 태백의 검룡소
태백 검룡소, 한강 발원지에서 시작하는 새해 첫 여행

강원 태백에 있는 한강 발원지 검룡소는 지난 1년간의 후회를 털어내고 새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여행지로 제격이다. 주차장에서 평탄한 흙길을 따라 20여분 걸어 가면 닿을 수 있다. 검룡소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샘으로 이곳에서 하루 2000~3000t가량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솟는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고 수온도 사시사철 9도 안팎으로 일정한 신비의 샘이다.

검룡소 아래로는 너비 1~2m로 파인 암반을 따라 20여m를 흐르는 와폭이 있다. ‘용틀임폭포’라고도 부르는데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이무기가 몸부림 친 자국이라는 전설도 깃들어 있다. 태백 시내에 자리한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 석탄도시 태백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철암역두 선탄장, 고생대 전문박물관인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태백산도립공원 등과 함께 일정을 짜면 새해 가족여행지로도 적격이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인천 중구 소무의도의 떼무리선착장
인천 중구 소무의도의 떼무리선착장
무의도 호룡곡산, 가까이에 이토록 멋진 산과 바다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다짐과 소망의 시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산길을 걸으며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는 섬 여행을 계획해 보자. 수도권에서 가깝고 대중교통도 편리하며 깨끗한 숙박시설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무의도가 새해 첫 여행지로 제격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연륙도로를 따라 잠진도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타면 10분 만에 닿는다. 섬 한가운데 ‘서해의 알프스’라 불리는 아름다운 호룡곡산과 국사봉이 은빛 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솟아 있다.

40~50분가량 쉬엄쉬엄 걸어 호룡곡산 정상에 오르면 자월도, 영흥도, 승봉도 등 주변 섬들과 인천대교, 송도국제신도시까지 보인다.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하나개해변은 겨울 바다의 낭만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도교로 연결된 소무의도에는 무의바다누리길이라는 해변 산책로가 조성돼 바다를 바라보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인천광역시 중구청 관광진흥실 (032)760-6492
                                                                                                                                                                                                                      전남 해남 도솔암 가는 길에서 만난 기암절벽
전남 해남 도솔암 가는 길에서 만난 기암절벽
해남 도솔암, 신선이 되어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

전남 해남은 ‘땅끝’의 고장이다. 감미로운 능선을 가진 두륜산과 하늘을 뚫을 정도로 기암이 우뚝 솟은 달마산이 남쪽으로 치달으며 땅끝으로 이어진다. 육중한 산세가 땅끝의 바다로 가라앉기 직전 기암절벽을 수놓은 달마산에는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하는 미황사와 함께 신선들이나 살 법한 암자인 도솔암이 있다. 특히 도솔암으로 가는 중간에 완도의 섬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과, 도솔암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일몰의 아름다운 장관을 볼 수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해남의 너른 들녘과 다도해의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도솔암만의 특별한 선물이다.

달마산 미황사와 두륜산 대흥사는 해남이 품은 아름다운 절집으로 명불허전(名不虛傳)임을 실감케 한다. 대흥사 입구의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해남의 너른 평야와 다도해의 아름다운 장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남공룡박물관에서는 8500만년 전 공룡과 익룡의 발자국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918
  충남 태안 당봉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
충남 태안 당봉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
태안 만대항, 솔향기길에 새기는 ‘희망 발자국’

끝으로 내달린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 있다. 충남 태안 이원면 만대항은 태안반도 가로림만 북쪽 끝자락에 있는 포구다. 호젓한 만대항에서의 새해 설계는 솔향기길이 어우러져 분위기를 더한다. 만대항은 태안 솔향기길 1코스의 출발점이다. 바닷가 비탈 위로 연결된 태안반도의 끝길을 걸으며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체험은 색다르다. 솔향기길 1코스의 저녁노을 트레킹은 ‘명품’의 반열에 올라 있다.

해안경관과 함께 솔향, 갯바위를 벗 삼아 걷는 길은 북적이지 않아 상념에 젖기에 더욱 좋다. 만대항의 솔향기길은 삼형제바위, 당봉전망대, 용난굴 등을 거쳐 꾸지나무골 해변까지 이어진다.

만대항의 겨울은 굴이 푸짐하게 쏟아질 때다. 포구 인근에는 굴 양식장, 염전 등이 만대마을과 어우러져 있다. 신두리사구, 마애삼존불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태안군청 관광진흥과 (041)670-2772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