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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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철학과에 다니는 홍준성 씨(24)는 지난해 가을 학생 신분으로 제3회 한경 청년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렸다. 홍씨는 철학과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그의 삶은 변했다. 상금을 여비 삼아 전국을 여행하며 이야기를 수집했다. 강원 호남 영남 등 역사적 비극을 지닌 곳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었다. 당선 전까지만 해도 말하기를 좋아했던 젊은 청년은 어느새 타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젊은 작가로 변신했다. 홍씨는 올해 문학동네 작가상 본심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신춘문예 당선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그의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열등의 계보》(은행나무)는 퇴고를 거듭해 이달 정식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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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은 그것을 읽는 사람의 인생은 물론 만든 사람의 인생도 바꾼다. 가장 좋은 사례가 신춘문예다. 문학 지망생으로서 끝없는 습작의 나날을 보내던 이들은 신춘문예라는 관문을 거쳐 작가로 변신한다.

제2회 장편소설 당선자인 김의경 씨(36)의 당선작《청춘파산》(민음사)은 젊은 세대가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해 호평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김씨가 겪은 일들이 상당 부분 녹아 있다. 김씨는 집안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어린 시절 해 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다.

김씨는 지난 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 프린스호텔이 후원하는 창작집필실 입주작가 프로그램에 선정돼 한 달 동안 호텔에서 집필에 전념했다. 호텔에서 펜을 잡자 대학생 시절 호텔 주방에서 설거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호텔에서 글을 쓰니 옛날 생각이 나서 기분이 묘했어요. 호텔에서 일할 때는 정문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신세였는데 말이죠.” 정식 작가가 된 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이달 두 번째 작품을 탈고할 계획이다.

제3회 시 부문 당선자 김민율 씨(37)는 등단 이전과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등단 전에는 좀 편안하게 시를 썼는데 등단한 뒤로는 책임감 있게 시를 쓰려고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래서 더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시를 썼다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 시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제2회 시 부문 당선자 이소연 씨(32)도 “작품을 쓴 사람은 읽는 사람보다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작품을 쓰면서 내 자신이 바뀌어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인 작가를 발굴·육성하고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한경 청년신춘문예가 4회를 맞았다. 제3회부터 만 39세 이하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 20대 대학생부터 작가의 꿈을 놓지 않은 30대 지망생에게까지 문이 열려 있다.

올해는 시, 장편소설, 시나리오 등 세 개 부문에서 새로운 작가를 찾아 나선다. 장편소설 부문은 3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 기준 1000장 안팎이며 10장 분량의 줄거리 설명을 따로 제출해야 한다. 시는 5편 이상 제출해야 하며, 시나리오 원고는 400장 안팎(시놉시스 10장 별도)이다. 시와 시나리오 상금은 500만원씩이다.

원고는 A4 용지에 출력해서 보내야 한다. 응모작은 과거에 발표했거나 입상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한다. 다른 공모전에 중복 투고해 이미 입상한 작품이거나 표절한 사실이 밝혀지면 당선을 취소한다. 봉투에 ‘한경 청년신춘문예 응모작품’이라 적고 작품 첫 장과 마지막 장에 응모 부문, 이름(필명일 경우 본명 병기), 주소, 전화번호, 원고량(200자 원고지 기준),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명시해야 정식 응모작으로 접수한다. 모든 원고는 반환하지 않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