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스페인 화가 작품서 영감 받고…아프리카 토속 느낌도 한껏 살려
이자벨마랑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브랜드다. 이자벨마랑은 요지야마모토, 끌로에 등을 거친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이 1995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프랑스 여성복 브랜드다.

2002년 국내에 상륙한 뒤 요란한 홍보 없이도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유지했다. 주요 백화점의 컨템포러리층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쟈딕앤볼테르, 바네사브루노와 매출 ‘빅3’로 꼽혀왔다. 같은 기간에 어지간한 해외 컨템포러리(신흥) 브랜드가 잇따라 국내에 상륙, 이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이자벨마랑은 지난해부터 패션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브랜드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은 물론 직장에 출근할 때나 주말 나들이를 갈 때 두루 입을 수 있는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한다. 마니아들이 이 브랜드의 장점으로 ‘백화점 매장에서 사자마자 바로 입고 나갈 수 있는 옷’이란 점을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여성들의 무심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자벨마랑이 2013년 11월 스웨덴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인 H&M과의 협업 제품을 내놓자 최고 26시간 동안 줄을 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브랜드의 올해 봄·여름(S/S) 컬렉션 주제는 ‘그래픽’이다. 스페인의 화가 호안 미로, 안토니 타피에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고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느낌도 가미했다. 고대 동굴의 벽화를 연상시키는 프린트를 한 파워숄더 재킷, 화이트 진, 오렌지 색상 프린지 장식, 야자 소재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플리츠 스커트, 성글게 짠 니트, 글래디에이터 슈즈 등은 날 것 그대로인 아프리카의 자연 환경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자벨마랑의 국내 판권은 LF가 갖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